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 ‘마라’…맵고 얼얼한 맛에 중독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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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麻辣)’는 중국 사천 지방의 전통 향신료다. 원래는 습한 기후에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던 재료다. 한자를 뜯어보면 어떤 맛일지 대충 감이 온다. 마는 ‘저릴 마(麻)’, 라는 ‘매울 라(辣)’ 자를 쓴다. 그야말로 입이 저릴 만큼 ‘얼얼한 매운맛’이라는 뜻이다. 마라 향신료에는 육두구, 화자오, 정향, 후추, 팔각 등이 들어간다. 맵고 자극적인 맛을 낼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특히 ‘산초’로 알려진 화자오는 사람들 입을 마비시키는 원흉이다. 마라의 매운맛은 한국 매운 음식, 즉 마늘과 고춧가루가 주는 이른바 ‘알싸한 매운맛’과는 차이가 있다.

먹방 유튜버들이 마라탕, 훠궈 등 마라 소스를 활용한 음식들을 소개하면서 국내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마라가 최근 갑자기 인기를 얻은 이유는 ‘에스닉푸드’에 대한 호기심 이라고 할 수있다.

에스닉푸드는 민족을 뜻하는 ‘에스닉(ethnic)’과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의 합성어로 독특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지역 음식을 일컫는다. 한국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현지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쉽게 접하지 못하던 본토의 매운맛이 입맛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체류 중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에스닉푸드 인기와 맞닿아 있다. 공급과 수요 두 측면 모두에 해당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서울에 사는 중국인은 모두 18만6963명이다. 서울 거주 전체 외국인(27만5468명) 3명 중 2명은 중국인이라는 얘기다.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동, 건대입구역 근처, 동작구에 마라 음식점이 몰려 있는 사실도 자연스럽다.

마라 열풍을 이끄는 젊은 세대에서는 중국과의 활발한 학생 교류를 인기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일주일에 최소 1번 이상은 마라탕을 먹는다는 직장인 A 씨는 “여자 친구가 과거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1년 갔다 왔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자꾸 먹자고 해 따라다니다 나도 마라에 중독됐다. 요새는 집에서도 마라 음식을 만들어 먹을 정도의 ‘덕후’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라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TV에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중화권 음식들이 연이어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이 크게 흥미를 가지게 됐다"며 "앞으로 뉴차이니즈 음식 열풍이 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라탕은 아주 맵다,경기가 좋지 않을 때 매운맛에 빠져드는 불황의 심리학이 중화권 음식 열풍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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