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를 겨냥한 경제제재 조치에 한국 반도체 업계 전반에 위기설이 제기됐다.
지난 1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첨단소재 3개 '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다. 해당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 당국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수출 심사에는 약 90일이 걸린다. 즉 일본의 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의 약점을 잡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일본은 모든 조치는 WTO(세계무역기구)의 규칙과 정합적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유무역과는 관계없다"며 국제무역 룰에 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한·일 갈등은 이젠 외교 분야를 넘어 경제로 번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바닥인 줄 알았던 한·일 관계가 지하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의 유수 언론사들은 "일본 안팎의 비판에도 아베 정권이 경제보복을 강행한 것은 이달 하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극우층 지지표를 모으기 위해서인 것 같다"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는 사설을 통해 "징용공 문제에 대해 한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해당 조치로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하는 일본 기업 역시 타격받을 우려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기업에 징용공에 대한 위자료 지불을 요구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교 정상화 후 신뢰를 쌓아 온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을 뒤집는 것"이지만 "그래도 반도체를 (보복)대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일본 와세다대 경영대학원의 오사나이 아츠시 교수는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제재는 일본 기업들에게 좋지 않다"며 "일본과 한국의 제조 부문이 서로 연결돼있기 때문""이라며 "이 조치로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이번 규제로 미국의 동맹인 한일 관계가 '새로운 저점'을 찍게 됐다며,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술(playbook)'을 차용해, 라이벌 국가 즉 한국은 정치적 또는 외교적 조치 뿐만 아니라 핵심 산업에 대한 '경제적 벌(economic punishment)'을 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일본의 제재로 한국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어, 정부의 대처에 업계를 비롯해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시선까지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