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사회, 연 3000억 부담 누진제 완화안 통과
정부 손실 보전책 제시… 산업용 인상안 만지작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전력공사가 여름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로써 적자부담이 더 커진 한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 주택용 누진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재의 누진제를 유지하면서 여름철에만 구간을 늘리는 '누진 구간 확장'안이다. 여름철 전기 1kWh 당 가격이 100원 오르는 1단계에서 2단계인 200원으로 오르는 기준구간이 기존 201kWh 에서 301kWh로 늘어난다. 200원에서 3단계인 300원으로 오르는 구간도 401kWh 에서 451kWh로 완화된다.

이 같은 개정안 도입으로 1629만 가구가 1만142원씩 전기료 부담을 덜어 한전은 총 2847억 원 가량의 할인을 해주게 되는 셈이다. 할인부담은 한전이 먼저 부담하고 향후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중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사례로 볼 때 이 입장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한전이 할인해준 2761억 원은 한전이 고스란히 부담했다.

전기료 할인은 적자 상태인 한전의 재무에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사회에 앞서서도 3000억 원에 육박하는 할인액을 한전이 부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사외이사들과 소액주주들 등이 강력하게 반대한 가운데 이사회도 한차례 결정 보류까지 감행했었다. 결국 또 다시 할인액 부담이 한전으로 쏠리는 결정이 나며 우려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한전은 이미 올 1분기에만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까이 늘어 6299억 원 손실을 냈다. 여기에 이번 여름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완화로 할인액 부담까지 지게 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전체 전력 소비량 중 13%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료를 인하한 대신 전력 소비량이 50%가 넘는 산업용 전기 요금을 인상해 그 비용을 보전할 유인이 큰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 전기요금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슷하다는 점이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근거가 될 수 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 당 0.0985달러인데, OECD 평균이 0.1027달러와 불과 0.0042달러(약 4.85원) 차이난다. 가정용 전기료(0.1091달러)는 OECD 평균(0.1659달러)과 0.568달러(약 65.60원) 차이로 산업용 요금 차이의 10배 이상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기업 경쟁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산업계의 반발이 크다. 특히 전력 소비량이 많은 철강과 반도체, 정유업계 등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체 원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산업부는 공식적으로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계획하고있지는 않다고 밝혔지만 추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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