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백기투항’... 막말 논란에 ‘엉덩이춤’ 등 각종 악재에 지지층마저 ‘볼멘소리’
한국당, 의총서 합의 추인... 상임위 전면복귀, 정개·사개특위 8월 말까지 연장

한국당이 84일 만에 조건없이 국회에 복귀하기로 했다. 막말 논란에 ‘엉덩이춤’ 사건 등 각종 악재로 인해 한국당 지지층에서조차 볼멘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각종 논란에 조건없이 국회 복귀
‘장외 투쟁’으로 국회 등원을 거부한 자유한국당은 28일부터 조건없이 상임위원회 활동에 전면 복귀하기로 했다. 사실상 ‘백기투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본회의 관련 원포인트 합의문을 발표하고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본회의 관련 원포인트 합의문을 발표하고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열고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여야 합의에 따른 본회의 개최는 3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인 지난 4월 5일 이후 84일 만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우리 당은 오늘 부로 상임위에 조건없이 복귀하겠다”며 “상임위에서 민생과 안보를 위한 입법투쟁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의총에서는 3당 원내대표 잠정 합의안에 대한 추인뿐만 아니라 상임위원회 전면 복귀 방침도 결정됐다.

이번 합의에는 앞서 지난 24일 있었던 ‘교훈’이 반영됐다. 한국당 의총에서 추인이 거부돼 협상이 2시간 만에 무산된 일을 막기 위해 3당 원내대표들은 한국당 의총에서 합의안을 추인받은 뒤 최종 합의안 공식 발표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당의 조건없는 국회 복귀 배경에는 여론의 쏟아지는 비판으로 인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일 황교안 대표가 숙명여대 특강에서 자신의 아들 KT 입사와 관련해 “부족한 스펙에도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말했다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황 대표 아들 관련 부정 채용 의혹을 더 키우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엉덩이춤’ 사건은 기름을 부었다. 지난 26일 한국당 여성 당원들이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 행사’에서 바지를 내린 뒤 ‘한국당 승리’를 쓴 속바지를 입고 엉덩이춤을 춘 것이다.

바로 전날 훈련도중 남자 선수가 후배 남자 선수의 바지를 잡아 내린 사건으로 ‘쇼트트랙’ 대표팀이 진천 선수촌에서 퇴출된 일과 맞물려 거의 하루 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고 싶다”며 “안에서는 사활을 걸고 패스트트랙 강행을 저지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밖에서는 그토록 축제를 열어야 하느냐”며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 낯 뜨거운 춤춘다고 여성 친화형 정당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인터뷰에서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어 우리 당이 실수하면 크게 보도가 된다”며 화살을 언론으로 돌려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 한국당처럼 민생을 외면한 채로 장외투쟁을 펼쳤으면 진작에 언론에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것”이라며 황 대표의 비판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당 안팎의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당 일각에서 ‘조건 없는 등원론’이 제기됐다. 한국당 황영철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에 프로그램에서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도 합의안으로 정상화에 동의하는 것보다 차라리 백지로 들어가자는 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경태 의원도 같은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적 관점에서 봤을 때 조건 없는 등원을 결심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무조건 복귀’로 인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투톱’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받았다는 평가다.

한편 3당 원내대표들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8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특위 위원장은 교섭단체가 맡되 의석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기로 했다. 사실상 특위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과 한국당에 재분배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정개특위 위원장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 사개특위 위원장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본회의에서는 일부 상임위원장 교체도 함께 이뤄진다. 여당 몫으로 돼있는 운영·기획재정·행정안전·여성가족위원장 등이 대상이다. 한국당 몫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한국당 내 경선을 거친 후 다음 본회의를 통해 선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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