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시진핑·아베 외교전 ‘치열’
시진핑 김정은과 회담, 북중 관계 과시... 북미회담 개입의지 확인
아베, 김정은과 조건없는 회담 추진... 北 거부입장 밝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위협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아베 일본 총리도 끼어들었다. 북한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중일의 개입이 현실화 될 경우 한반도 문제는 ‘남북미 3차 방정식’에서 ‘남북미중일 5차 방정식’으로 바뀌게 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한국의 역할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기에 처한 문재인표 ‘한반도 운전자론’과 한반도 평화 구상을 전망한다.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CCTV 유튜브 캡쳐)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CCTV 유튜브 캡쳐)

 

中, 北카드로 美압박 벗어날까
문재인 대통령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0일 북한을 국빈으로 방문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부터 벌써 5번째다.

북한은 시 주석에게 극진한 대접을 했다. 공항 환영 행사에는 1만명이 참여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금수산 태양궁으로 가는 도중 오픈카로 갈아타고 카퍼레이드를 했다. 도로 변은 환영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중국관영 CCTV가 전했다. 김 위원장은 “25만명이 거리로 나와 총서기(시진핑) 동지를 열렬히 환영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외국인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금수산 태양궁 광장에서 환영행사를 받았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의 행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1석 3조’를 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내의 시선도 돌리면서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재확인하고, 동시에 미중 무역전쟁에서 쓸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홍콩의 대규모 시위로 시 주석은 체면을 구겼다. 홍콩 인구 750만명 중 2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결국 홍콩정부는 ‘송환법’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했다. 이러한 국면에 벗어가기 해서는 무언가 ‘이벤트’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방북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의 방북을 대서특필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관영 CCTV는 21일 오전 뉴스에 무려 30여분가량을 할애해 시 주석 부부의 평양 도착부터 성대한 환영식, 카퍼레이드, 정상회담, 만찬, 공연 관람까지 보도했다. 이들 관영 매체는 시진핑 주석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보다 더 집중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보도하고 있다.

이는 G20에서 만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 카드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중 무역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한 움직임이란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 들이고 있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카드로 화웨이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대규모 압박에서 벗어나는 ‘딜’을 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 길에는 딩쉐샹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격)을 비롯해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외교라인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아베도 비핵화 밥상에 숟가락 올리나
한반도 문제에 손을 뻗치는 건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2일 북한 노동당 외곽 기구인 ‘조선아시아 태평양평화위원회’는 대변인 명의로 “우리에 대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 하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강렬한 거부 의사에도 일본 정부는 대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조건을 달지 않고 김 위원장과 만나서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잘 풀려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언가 성과가 이뤄질 것 같으니 여기에 끼어들어 성과를 나눠 가지겠다는 복안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시진핑 체제 안정, 일본은 다음달 있을 참의원 선거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6자회담 구도(남북미중러일)’에서 ‘북미’간의 문제로 범위를 좁혔다.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맡아 북미 양국이 심도있는 협상을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기존 6자 체제에서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 논의가 공전했고, 북한도 별 실익이 없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일의 견제를 뚫고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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