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공기업 오명'...도덕적 해이 심각
카지노 업무 연관성 없어..부적절한 낙하산 인사 논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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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전용 카지노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이하 GKL)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이기우 전 사장이 임기를 못채우고 해임되는 등 '비리 공기업'이란 오명을 쓴 곳이다. 사업 특성 탓인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도 끊이질 않아, 청렴 윤리문화 선도가 시급하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유태열 GKL 사장 역시 취임 일성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윤리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취임 1년 유태열號는 달라졌을까?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 논란...카지노 업무 연관성 없어

GKL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고질병인 ‘낙하산 인사’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6명이 사장 모두가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기수 전 사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을 한 이후, 지난 6월 ‘투명하고 공정한 책임 경영’을 선언하고 들어온 유태열 사장마저도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유 사장은 취임사에 주주와 고객은 물론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본인조차도 정부의 캠코더 인사라는 의혹에 벗어나지 못하면서 신뢰도를 회복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유 사장이 이 같은 의혹에 시달리는 이유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에 대선 후보시절 퇴직경찰 553명과 함께 지지선언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전직 대전지방경찰청장 출신인 유 사장이 GKL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GKL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카지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공기업이다. 때문에 전직 경찰청장 출신인 유 사장이 GKL의 수장자리를 맞기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GKL은 지난해 공기업 신규기관으로 추가된 만큼,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가 수장으로 선임돼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GKL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 사장을 수장자리에 앉혔다는 것 자체가 캠코더 인사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유 사장의 취임 전 GKL 노조 측 역시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하게 퇴진을 요구했었다. 노조는 유 대표에 대해 카지노 회사라는 특수성을 가진 GKL 대표 이사로서 필요한 경영능력과 전문성, 비전 중 어떤 것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유 후보의 경우 카지노 업무 연관성이 없어 제대로 된 경영을 하기에 부적합하다”며 “지난해 12월 강원랜드 사장후보에서 탈락했다면 뭔가 흠결이 있어서 일 텐데, 이런 인사가 GKL 사장후보로 추천된 것을 보면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태열 후보는 지난 3월 부임한 GKL 임찬규 감사와 함께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만일 유 후보가 사장이 된다면 감사와 사장 특수관계에 있었던 만큼 업무감사 및 견제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질 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경찰에서 치안감까지 지냈다 하더라도 GKL이 필요로 하는 직무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일반적·상식적인 판단 아닌가 한다”면서 “경영에 대한 노하우, 카지노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담, 현재 감사와의 관계, 국제적인 감각, 그리고 고령 등 어느 것 하나 GKL 사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약속해온 공기업의 자율성·전문성 확보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새로운 시작과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새롭게 선임된 유 사장도, 전임 사장들과 같은 문제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성장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적부진과 인권경영 실패 등 악재가 겹친 GKL

1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GKL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313억 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 169억 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중국 VIP 의존도가 높은 GKL이 사드 이후 새로운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GKL의 연간 입장객은 2016년 152만 명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일어난 2017년에 120만 명으로 급감했다가 2018년 148만 명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업계는 영업 실적의 큰 축을 차지하는 큰 손의 발길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지난 2018년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7년 대비 2.8%, 3.4% 씩 감소한 1050억 원, 777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과 함께 주가도 연일 내리막길을 걷는 모양새다. 지난 2017년 12월 3만 4150원에 거래되던 GKL의 주가는 지난 14일 40% 하락한 2만 5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실적 감소와 주가 부진에 이어 유태열 사장은 인력 관리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GKL이 지난 5월 전직원을 대상으로 인권의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 응답자 463명 가운데 358명(77.3%)이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GKL 직원들은 '직급'과 '성별'에 의한 인권침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꼽았다. 설문에 응답한 인원 463명 중 절반 이상인 239명(51.62%)이 직급에 따른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성별로 인해 인권침해를 경험한 인원도 47명(10.15%)에 달했다.

GKL 내부에 '상명하복'과 '성차별' 등 수직적이고 관행적인 조직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실적부진과 인권경영 실패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GKL 내부적으로 바라보는 올해 전망도 어둡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GKL 경영위원회는 올해 매출을 추정한 결과, 전체 매출이 최소 4520억 원에서 최대 4974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4824억 원에 비해 최대 304억 원이 감소한 수준이다. 경영위원회는 올해 영업익은 최대 1011억 원에서 최소 710억 원으로 전년 1049억 원 대비 최대 339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GKL의 경영실적은 꾸준히 악화되고 있지만 유태열 사장 취임 이후 GKL의 업무추진비 지출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지난 2018년 유 사장은 업무추진비로 2017년 2326만 원 대비 58% 증가한 3693만 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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