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판교구청사 부지 매각 논란
이재명 지사 퇴임 한 달 전 엔씨소프트와 R&D센터 건립‘MOU’체결
MOU'비밀유지'이유로 비공개...‘밀실 행정’논란에 매각 안건 보류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성남시가 판교역 인근 ‘판교구청사 예정부지’ 매각을 추진하자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 및 바른미래당 야당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의 판교 구청사 부지의 졸속 매각 방침'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야당의원들에 따르면 “이 안건은 분당구 삼평동 641번지 판교 구청 예정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성남시와 민주당 의원들의 성급한 매각 결정과 의회 통과 밀어붙이기로 성남시의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해당 부지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퇴임 직전 엔씨소프트사와 R&D 센터 설립을 위한 비밀 유지 조항이 포함된 밀실 졸속 MOU를 체결했고 현재 파기가 안 된 상태로서 내용 또한 불분명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상태이다”고 밝히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 5월 30일 경기 성남시가 현재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삼평동의 ‘판교구청사 예정부지’를 매각, 그 자리에 첨단기업을 유치한다“고 밝혔다. 성남시가 매각에 나선 부지는 길 하나를 두고 판교역과 인근해 있는 삼평동 641로, 2만 5719.9㎡ 규모다.

성남시는 매각 결정에 대해 “판교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성남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공공인프라 확충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황초, 특목고, 일반고 등 장기 미집행 학교 부지 3곳 매입과 트램 및 e스포츠 경기장 조성, 공영주차장 건립 등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삼평동 판교구청사 예정부지 감정평가를 통해 매각금액을 결정하고, 공모방식으로 유치 기업을 선정한다.

하지만 삼평동 판교구청사 예정부지 매각을 두고 성남시의회 의원 등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시 소유 부지를 특정 기업에 수의계약으로 넘기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와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2월 해당 부지에 엔씨소프트 R&D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지사의 성남시장 퇴임 1개월여 전이다.

삼평동 641 부지는 2009년 판교 택지지구 조성 당시 판교 분구에 대비해 공공청사 예정부지로 구획됐으나 제 기능을 못한 채 방치됐다. 이에 시에서 주차난 해소를 위해 임시공영주차장으로 활용했다. 그러던 중 이재명 전 시장 재임 기간이던 2015년 성남도시관리계획 재정비를 통해 일반업무시설로 용도가 변경됐다.

이 부지의 공시지가는 2942억 원 수준으로, 성남시는 감정평가액이 3000억~4000억 원 정도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근 부지 거래가를 감안하면 실제 평가가치는 1조 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한다.

성남시의회 유재호 시의원은 MOU 속 조항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시의원은 “성남시에 MOU 원문을 요청했지만, 시에서는 MOU에 ‘비밀유지 조항’이 담겨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어떤 협의 내용이 있기에 비밀유지 조항을 넣었는지 궁금하다”며 “성남시민의 재산을 특정 기업에서 매수 의향을 보이는데도, 시의원이 MOU 내용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남시는 밀실행정을 지양하고 의혹이 제기되는 엔씨소프트와 MOU는 당장 파기해야 한다”며 “MOU를 유지한 상태에서 부지 매각 절차에 들어서는 것은 순서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측은 현재 엔씨소프트와의 MOU가 유지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엔씨소프트와 MOU에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고 전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와 체결한 MOU에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면 행정적 절차에 적극 협조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을 뿐 문제가 되는 조항이 없다. 법적 구속력도 없다”며 “반대 측에서는 MOU를 파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공모절차에 들어서면 엔씨소프트와 MOU는 자동 파기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MOU 문서 작성을 맡았던 담당자 역시 “비밀유지 조항은 큰 의미가 없다. 기업이나 시에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내부 사정상 외부에 알려선 안 되는 내용이 있어 통상적으로 넣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부지 감정평가로 가격을 산정해 공모로 매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다. 유재호 시의원은 “최고가 경쟁입찰로 매각되는 방식과 달리 감정평가로 가격을 산정하면 매매가가 일정 수준에서 고정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번 매각방식은 가격 외적인 평가도 중요한데 평가 심사는 성남시에서 선정한 위원회에서 한다. 특정 기업을 밀어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남시에 따르면 이번 공개 공모 평가조항에서 매각가격은 3순위다. 기업의 재정 및 적격성과 공공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우선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성남시 관계자는 “감정평가액 산정은 어디까지나 최저가격 기준일 뿐이다. 위원회에서 절차를 공정하게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기업 밀어주기는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에 앞서 2016년에는 다음카카오에 해당 부지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당시에도 성남시의회가 수의계약은 안 된다고 두 차례나 부결시켰다”며 “이후 엔씨소프트에서 부지 매입 의사를 먼저 밝혀 MOU를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와 MOU 파기 및 부지 매각을 반대하던 시의원들도 현재는 팔아도 공정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두를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지난 5월 30일에 부지 매각 계획을 발표, 일주일 만에 시의회에 안건을 제출했다. 유 의원은 “성남시의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는 ‘특례시 지정’이다. 분당구 주민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판교 분구가 불가피하다”며 “행정구역이 변하면 행정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상황을 지켜보고 부지를 매각할지 결정해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이황초 등 학교부지 3곳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LH 측이 공공주택 등 도시계획에 활용하겠다는 협조 요청이 들어왔다”며 “학교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평동 부지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남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판교구청 예정부지 매각 안건은 현재 보류 중이다. 앞서 지난 4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제환경위원회가 정례회에 안건을 상정한 뒤 의결하려 했지만, 야당과 유 의원 등의 반대에 미뤄진 것이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6일과 7일 다시 의결처리하려고 했지만 현재까지 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