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수 소환에 민사소송 난타전까지”... 검찰 수사가 몰고 올 ‘후폭풍’
인보사 개발한 코오롱그룹 및 식약처 전현직 임원 모두 수사 대상
허위 자료 제출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웅열 전 회장 소환 가능성 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뒤바뀐 성분으로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해 품목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은 인보사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전현직 임직원, 그리고 이를 허가해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최근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과 이를 허가해준 식약처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대상 유전자치료제의 처음과 끝이 모두 ‘허위’라는 의혹 때문이다.

인보사 개발한 코오롱, 허가 내준 식약처 모두 ‘수사 대상’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6월 3일과 4일 이틀 동안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 등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형사 2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의료범죄 전담부서다. 검찰은 그동안 시민단체와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등의 잇따른 고소고발 이후 사건 관련 자료 전반을 검토해오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이번 강제수사는 식약처의 형사고발이 기점이 됐다. 지난 5월 30일 식약처가 검찰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에 연골세포 성장을 돕는 유전자가 아닌 유전자를 배양하는 데 쓰인 변형 신장세포만 있는 사실을 확인해 식약처에 알렸다. 식약처는 2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개발 단계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 자료를 냈다고 판단했다. 조사결과에 따라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고,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금까지 식약처와 시민단체들이 고소고발한 사건을 모두 포함하면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받는 혐의는 공무집행방해, 약사법 위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사기 및 사기공모 등이다.

검찰은 전날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인보사 연구개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한 증거물을 분석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함께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조만간 회사 측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허위 자료를 토대로 허가를 내준 모양새가 되면서 ‘책임 논란’에 휩싸인 식약처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류영진 전 식약처장과 이의경 현 식약처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손문기 전 처장은 시민단체 등에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식약처가 인보사만 처장 결재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의 전결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가 당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손 전 처장은 2017년 7월 12일에 퇴임식을 했는데, 이날은 인보사가 식약처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날이다. 검찰의 이번 식약처 압수수색은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허위 서류 작성 및 제출과 동시에 특혜 의혹 등까지 들여다보기 위해 이뤄졌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 품목 허가를 내줄 당시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고, 관련 내용을 분석한 뒤 식약처 관계자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웅렬 전 회장 소환에 소송 난타전까지...검찰 수사가 몰고 올 후폭풍

코오롱 측은 고의적인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초기개발 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어 결과적으로 허가를 위한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지만 조작 또는 은폐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가를 취소하고 형사고발 한 식약처 역시 고의성에 대해선 정황상 의심만 할 뿐 확실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검찰 수사는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코오롱이 허가 당시 자료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출했는지, 2액의 성분과 관련해 새로 확인된 사실을 은폐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코오롱티슈진 경영총괄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연구개발 총괄 노문종 대표, 그룹 총수였던 이웅렬 전 회장까지 보고가 됐는지 여부도 검찰의 확인 대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당초 코오롱티슈진의 한 직원의 부실보고에서 사건이 비롯됐다고 주장해 왔지만, 최근 인보사 2액의 문제를 티슈진 내 다수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와 주주들은 인보사 개발 초기부터 강한 애착을 드러냈던 이웅렬 전 회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재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사실 관계가 하나씩 드러나는 만큼 이웅렬 전 회장의 소환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인보사 의혹과 관련해 피해를 주장하는 환자들과 주주들이 낸 민사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까지 이들이 준비 중이거나 이미 낸 소송은 10여 건이 넘는다. 코오롱티슈진 주주와 코오롱생명과학 주주 140여 명, 그리고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240여 명 등이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등은 법원에 소송을 접수한 이후에도 추가 모집을 할 방침이다. 그밖에 국내 10개 손해보험회사들도 5일 인보사 투여 시 지급된 300억 원 대 보험금 환수를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낸 민사소송의 공통적인 쟁점은 코오롱 측의 고의성, 사전 인지여부, 실제 피해가 있고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있는지 등이다. 고의성과 사전 인지 여부는 검찰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내용인 만큼 핵심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증거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모두 환자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코오롱생명과학과 그룹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되고, 이후 드러나는 사실관계도 재판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인보사 공식 시판이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만큼 투약한 환자들 대부분이 투약 초기 단계다. 뚜렷한 부작용 증세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바뀐 세포를 사람 몸에 주입했던 사례도 없는 만큼 입증이 쉬운 편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주주들도 어느 정도 주가 손실을 입었는지 구체적인 증명과 수치를 직접 제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환자 측을 대리하는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인보사 관련 소송은 복잡할 게 없다. 세포가 바뀌었고, 환자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투약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소송을 낼 수 있다”며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온 증거와 결과도 재판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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