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마진거래와 FX렌트는 전혀 달라

 

(캡처=FX렌트 홈페이지)
(캡처=FX렌트 홈페이지)

‘FX 렌트’라는 신종 사행성 투자기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홍보하는 스팸메일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FX 렌트는 영국 파운드화의 호주 달러화 대비 등락 여부를 예측, 자금을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환차익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파생상품인 ‘FX마진거래’를 활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얼핏 금융투자상품처럼 보이지만 도박에 가까운 서비스로 투자금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환율이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2가지 선택항 중 하나에 자신의 돈을 건다. 최소 베팅금은 5000원이고, 환율 등락 여부가 결정되는 시간은 단 10분이다. 상승·하락 여부를 맞힌 투자자는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베팅금의 90%를 수익으로 얻는다. 하지만 틀리면 베팅금을 모두 날린다.

업체 측은 투자 방식이 간단하고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제도권의 FX마진거래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의 90%가 손실을 입지만, FX 렌트를 통하면 수익률이 50%에 가깝다는 엉뚱한 논리를 제시한다. 파생상품시장 건전화 방안으로 FX마진거래의 증거금이 높아졌지만, FX 렌트를 통하면 적은 돈으로도 실전거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투자자 수나 투자금액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백만원씩 투자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금융당국과 제도권 금융투자업계는 FX 렌트를 ‘도박’으로 본다. 고객이 실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 놓고 돈 먹는’ 사행성 게임에 가깝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파생상품 관련 전문가는 “우연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홀짝 게임에 불과하다”며 “투자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환율 시세 화면만 띄워놓고 게임을 하는 것일 뿐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며 불법성을 강조했다. FX 렌트는 “금감원에서 2번 조사를 나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광고하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규제 방법은 마땅치 않다. 외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2015년 대법원은 FX렌트를 두고 “금융상품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FX렌트 업체는 금융사가 아니어서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계 법령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당연히 금감원의 감독ㆍ검사 대상도 아니다.

만약 투자 과정에서 피해가 생기면 현재로선 사기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ㆍ고발하는 게 유일한 대처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제도권 내 상품인 FX마진거래와 FX렌트는 전혀 다르다고 홍보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FX(Foreign Exchange)마진거래

외환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한 나라의 통화를 파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통화를 사는 거래. 환율 시세에 따른 차익이 목적이다.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 일본 엔 등 8개 통화가 거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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