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타이틀에 가려진 5G 시대의 불편한 진실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국내에 상용화된 이후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5G 품질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않다.(사진=뉴시스)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국내에 상용화된 이후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5G 품질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않다.(사진=뉴시스)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가 국내에 상용화된 이후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5G 품질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않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공격적으로 커버리지를 늘리고 있지만 LTE보다 턱없이 부족한 5G 기지국 탓에 반쪽짜리 상용화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구축해 5G를 상용화한 것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분야 핵심 성과로 꼽았고, 5G는 ‘꿈의 통신’이라고 불리며 사람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5G 서비스 초기부터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5G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개통을 철회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부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5G 단말기를 구매했다가 기기를 반납하고 개통을 철회한 사람 수는 전체의 0.5%인 131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원인은 통신 장애에 대한 불만이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5월 한달간 소비자상담센터에 5G 관련으로 접수된 소비자 상담 131건을 분석한 결과 89%가 ‘5G 서비스 품질 불만’을 제기했다. 통신이 자주 끊기고, 5G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이 중 67%의 소비자가 개통 취소, 20%의 소비자가 요금 감면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동통신사는 '개통 시 전파 세기가 약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LTE로 서비스가 전환된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에 소비자들이 동의했으므로 피해 보상이 어렵고, 향후 품질 개선을 하겠다'고만 답변하면서 서비스 품질 불량에 대한 피해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와 이통사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5G 개통 초기 품질 불량에 따른 적극적인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초기 네트워크 불만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5G는 주파수 특성상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을 만나면 강한 간섭 현상이 생긴다. 전파의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LTE보다 기지국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 5월8일 기준 이통3사의 전국 5G 기지국 수는 5만7266개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LTE 기지국은 총 87만 개였다. 지금 속도로 기지국이 설치될 경우,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기는 2023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5G 서비스가 사실상 제공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동통신사는 5G 서비스가 제공되는 범위를 보여주기 위해 ‘5G 커버리지맵’을 공개하고 있다. 과기부가 4월23일 ‘5G 서비스 점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통신사가 약관에 커버리지 정보 제공 의무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커버리지맵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5G 기지국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 유일하게 기지국 수를 공개하고 있는 KT의 경우 전체 3만1895개의 개통 기지국 중 절반 이상인 2만1285개(6월6일 기준)가 서울과 수도권에 설치돼 있다.

그마저 공개한 커버리지맵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속출한다. 5G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5G폰을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스마트폰 커뮤니티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커버리지 지역에 주거하고 있지만 5G 표시가 거의 뜨지 않는다’ ‘커버리지맵 정가운데에서도 5G가 터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금 5G 개막과 동시에 보이는 불편한 현상들은 4G 시대가 개막됐을 때의 잡음과 오버랩된다. 4G 시대는 SK텔레콤이 2011년 9월 국내 최초 LTE 스마트폰 갤럭시 S2 LTE를 출시하면서 열렸다. 기존 3G망보다 50배가 빠른 4G의 속도는 소비자들에게 파격적으로 다가왔으나, 서비스 수준은 한참 모자랐다. 당시에도 기지국 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서비스를 신청해도 이용할 수 없었다. 4G LTE 서비스에 가입하더라도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3G 서비스로 전환됐다. 4G 역시 당시 가장 큰 장점으로 빠른 속도를 내세웠지만,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가입하더라도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자 ‘초기에 가입하면 손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은 2013년에야 이뤄졌다.

‘세계 최초’의 타이틀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