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권업계에서 '사모펀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매물들을 비롯해, 수조원 규모의 초거대 매물들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거나 실제 인수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의 출자약정 총액은 66조 1061억원이었다.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국내 산업 구조조정, 기업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금줄로 나름 긍정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사모펀드의 활약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정·재계·언론계에 폭넓은 인맥 갖춘 전문가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회사 경력을 가진 인력들도 사모펀드에 몰리고 있다. 

사모(私募)펀드는 공모(公募)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소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해 일정 기간 투자한 후 수익과 투자금을 돌려주는 형식의 펀드를 말한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는 사모펀드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구분하고 있다. 인수합병 거래에 등장하는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 최고 기업 넥슨의  지주회사 'NXC 매각' 본입찰에 카카오·넷마블과 MBK파트너스·KKR·베인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두산공작기계 예비입찰에서 칼라일·베어링PEA·브룩필드애셋매니지먼트 등이 적격인수후보로 추려졌으며, MBK파트너스가 2016년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두산공작기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7780억원, 영업이익 2380억원을 기록한 알짜 매물 중 하나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롯데카드 매각에서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이뤄 새 주인이 됐다. 롯데카드 매각가는 1조 3800억원으로 알려졌다. 토종 사모펀드인 IMM PE는 지난 4월 1조3000억원에 산업용 가스제조 업체 린데코리아를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1조1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 지분 46%를 사들였다. 올해 진행된 조단위 기업 인수전은 사실상 사모펀드의 독무대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를 이끄는 수장들은 어떤 이들일까.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1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졸업하고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 입사해 2000년 한미은행 인수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3년 후 씨티은행에 팔아 8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겼다. 2004년엔 칼라일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고 2005년 자신의 영문 이름 '마이클 병주 김'의 앞글자를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해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로 만들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는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예일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5월까지 모건스탠리 PE 대표로 있으면서 ㈜쌍용(현 GS글로벌)과 전주제지(현 한국노스케스코크), 랜드마크자산운용, 현대로템 등 10여 건의 거래를 주도했다. 이후 한앤컴퍼니를 설립하고 2011년 8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자금을 모은 후 투자)를 조성했다. 이후 설립 5년 만에 운용자산 3조원을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 대표는 삼성전자의 스타 사장으로도 유명하지만 퇴임 후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를 창립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는 진 전 장관의 경험을 살려 주로 정보기술(IT) 기업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기업 구조조정 시장 활성화를 위해 5290억원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해, 2년간 사모펀드에 출자한다는 계획을 정했다. 사모펀드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한 결과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 중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 제고에 노력하는 곳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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