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노조위원장, 교도소에서도 취업 비리
檢 "항운노조 간부들, 10억원 수수"

부산항운노조가 인력공급 권한을 독점하면서 취업과 승진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온 구조적 비리가 드러났다.

지난 2월부터 부산항운노조를 수사한 검찰이 취업과 인력공급 등 전반에 채용·승진 비리 혐의를 확인하고, 노조 간부 등 3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앞서 2005년에도 같은 비리로 40여 명을 기소했지만 취업·승진 비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10일 A(53)·B(71) 씨 등 전 항운노조 위원장 2명을 포함한 노조관계자 18명과 터미널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2명 등 총 31명을 적발해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도주한 항운노조 지부장 1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에게는 업무방해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배임수재, 업무상 횡령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됐다.

前 노조위원장, 교도소에서도 취업 비리…檢 "항운노조 간부들, 10억원 수수"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노조 간부 14명은 항운노조 가입·승진·정년 연장, 신항 전환배치, 일용직 공급 등 취업 및 인력공급 전반에 걸쳐 모두 10억여 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조 가입에는 3000만~5000만 원, 조장·반장·지부장 등 단계별 승진 시 2000만~4000만 원씩을 받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2005년 검찰 수사 이후 항만인력수급위, 항운노조 인사추천심의위원회 설치 등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됐지만 비리 재발을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노조 간부의 친인척 등을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불법 취업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A씨 등 노조 지도부는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취업 자격이 없는 친인척 등 외부인 135명을 유령 조합원으로 올리고, 이중 105명을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전환 배치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간부를 중심으로 추천권이 행사돼, 근무여건이 좋은 신항으로의 전직을 기대하던 기존 노조원은 전환배치 기회를 잃었다. 기존 노조원들은 외부인이 추천받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유령 노조원 중 약 60%가 항운노조 간부의 친인척이나 주변인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1년 4개월간 위원장으로 재직한 B씨는 2017년 부산교도소 수감 중 동료 수형자의 아들 취업 대가로 1000만 원을 받는 등 취업 청탁을 대가로 3차례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인 아들의 반장 승진을 대가로 4000만원을 받는 등 조장·반장 승진 대가로 8차례 2억 98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측근의 정년 연장 대가로 제네시스 차량 대금 7520만원을 대납받는 등 952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노조·공급업체·터미널 운영사 유착…"50억원 빼돌려 금품로비"

부산항운노조와 일용직 공급업체, 터미널운영사의 유착 혐의도 확인됐다. 부두 하역작업을 위한 항운인력은 터미널운영사가 부산항운노조로부터 제공받지만, 일용직은 별도 일용직 업체로부터 공급받아왔다.

검찰 수사결과 이 일용직 공급업체 역시 부산항운노조 지부장의 친형 C씨가 운영하는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일용직 공급권을 독점했고, 덕분에 설립 2년만에 연매출이 200억원에 달했다.

일용직 공급업체 실소유주 C씨는 20여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허위 용역비 등을 지급한 것처럼 꾸며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횡령한 돈으로 부동산과 외제차를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썼고, 또 일용직 독접 공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터미널 운영상 대표 등에게 7억원을 주는 등 금품로비를 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항운노조 전 위원장 A씨는 이 과정에도 개입해 자신과 유착한 터미널운영사 임직원들이 퇴직할 때 1억2900만원가량을 지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간부도 항운노조 비리에 연루됐다. 이모 인권위 팀장은 부산소장으로 재직할 때 채용비리로 구속된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편의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런 비리가 만연한 것은 부산항운노조가 일반 노조와 달리 '직업안정법'에 따른 근로자 공급 사업권을 보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만노조는 일종의 '노무 독점 공급권'을 토대로 공용부두 업체들에 독점적으로 근로자를 공급해 '조합원 가입이 곧 취업'이라는 성격을 갖게 됐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조합 가입 여부는 조합규약과 달리 특별한 선발 기준 없이 소수의 전·현직 간부들에 의해 결정돼왔다. 승진에서도 객관적인 심사절차나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운노조 비리가 단순한 채용 비리가 아닌 새로운 사적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적 비리로 진화해 이권 구조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검찰은 관련 비리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부산항운노조의 문제점을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감독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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