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입점에 속타는 소상공인... ‘이마트24’ 점주까지 피해봐

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장 입점을 둘러싼 갈등이 ‘을vs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마트가 노브랜드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대기업에 적용하던 규제는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를 호소하던 소상공인들은 또 다른 소상공인 ‘가맹점주’와 싸워야 할 처지가 됐다.

 

2015년 시작한 ‘노브랜드’는 2016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기 시작해 3년 만에 21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노브랜드 매장 개설을 두고 이마트와 지역 소상공인 사이에 분쟁이 이어졌다. 지역 소상공인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경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자 단체가 사업 조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에 따라 이마트를 압박했다.

결국 이마트는 방향을 직영점 출점에서 가맹사업으로 우회했다. 가맹점은 대기업에서 개점비용의 절반 이하를 부담하면 사업조정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가맹사업 추진으로 이마트 노브랜드는 사실상 출점규제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노브랜드 확장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소상공인과의 도의적인 상생협약에서도 이마트는 공식적으로 손을 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이후에만 가맹점 7곳이 들어섰고 3곳이 개점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 출점으로 생기는 각종 분쟁이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문제에서 자영업자 간 다툼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골목상권 침해를 호소하던 자영업자들이 또 다른 자영업자인 가맹점주와 ‘을 대 을’의 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노브랜드 입점으로 인한 피해를 편의점 ‘이마트24’의 점주들도 본다는 점이다. ‘이마트24’ 울산 성남·현대점을 포함한 5곳은 이마트 노브랜드의 근접출점이 현행법 위반이라며 영업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동일 업종의 계열회사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가운데 3곳(평택 중앙점·인천 마전점·청라봄점)은 이마트 측과 비공개 합의 후에 소를 취하했다. 이마트 측에서 노브랜드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고 배상을 해준 셈이다. 하지만 정작 법원으로 간 편의점주들은 잇따라 패소했다. 법원은 가맹본부인 이마트24와 계열회사인 이마트는 별도의 독립적인 법인사업체이기 때문에 이마트는 가맹사업법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법조계와 국회에서는 법원이 ‘가맹점주 보호’라는 입법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대기업이 변종과 꼼수 출점으로 자영업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골목상권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사업조정 대상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유통 공룡’이 된 노브랜드의 거침없는 행보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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