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고객 중심으로의 회귀'와 '고객 니즈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을 강조했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 차량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의 한국산 배터리 제재에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한 차량은 포함하지 않는 식으로 한국산 배터리의 중국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지난 3년간 현대자동차의 중국시장 진출은 하락세의 연속이었다. 현대자동차는 그간 LG화학이 개발한 자동차 배터리를 전기차에 장착하고 있었다. 품질이 뛰어나고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원하는 요구사양을 맞추기 쉬워서다. 내수용은 물론, 미국 수출용 전기차에도 LG화학 배터리를 달았었지만 앞으로 중국 수출용 전기차에선 해당 제품이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는 베이징1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3공장은 감산에 들어갔다. 중국생산 구조조정에 나선 현대차로선 전기차 없이 중국시장 반등을 이뤄낼 수 없다는게 업계의 평이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4만607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4.2%나 감소 판매됐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15년 12만6000대에서 지난해 42만3000대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블루오션 중 하나다. 특히 올해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친환경) 차량(NEV)' 비중 증가는 낭떠러지 앞에선 현대차의 발걸음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위에둥(아반떼HD)' 전기차와 '쏘나타(LF) 하이브리드' 외엔 NEV 라인업이 없다. 모두 구형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달 중국 출시 예정인 전기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을 비롯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링둥(아반떼AD)'에 전력투구를 할 모양새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종에 포함되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선택한 것이다. 

베이징현대가 개발한 코나 일렉트릭의 중국 현지 모델 '엔씨노 EV'는 지난달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신차 인증을 받으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차는 내수용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 수출하는 코나 EV에는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하지만 중국에서는 개발 단계부터 중국업체인 CATL의 배터리 장착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대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이미 한국을 비롯해 일본 업체와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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