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쌓은 데이터·네트워크 통해 개인별 맞출 여행 시스템 구축
-고객 니즈 파악이 최우선, 해외 현지 인프라 구축에 공들이는 중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의 행보에 국내 여행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투어가 최근 2000억원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최근 국내 패키지 사업의 난항을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글로벌 시장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여행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현지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업계는 "하나투어의 경우 국내외 인바운드 여행객을 위한 면세업과 호텔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여행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가 국내 여행 인프라를 잘만 구축하면 한류 관광의 한 축이 되어 글로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26일 하나투어 박상환 회장은 부킹닷컴과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국내외 OTA(Online Travel Agency)가 주축이 되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 컨퍼런스 WIT(Web In Travel)에 참여했다. 
국내외 여행업계는 "국내외 OTA가 주축이 되는 컨퍼런스에 패키지 여행사의 오너가 패널로 나와 대담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박상환 회장은 이날 대담에서 "전체 여행 산업이 팽창하는 가운데 패키지 여행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0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IT 회사가 아닌 전통적인 여행사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내외로 제일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OTA들의 경우 IT를 기반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투어의 이번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서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하나투어의 경우 수십 년간 쌓아온 여행 콘텐츠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고 밝혀 기대감 또한 높은 상황이다.

하나투어는 이미 지난 2018년 말 경영기획발표에서도 2019년 사업목표를 '글로벌 역량 강화를 통한 플랫폼화'라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휴가철 공항에 가득찬 국내외 여행객들

고객 니즈 파악
해외 인프라 구축

하나투어의 박상환 회장은 2000억 원의 펀드 중 600억 원은 하나투어에서 직접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하나투어가 밝힌 펀드의 사용처는 해외 현지의 인프라 구축이다.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단순한 패키지 여행에서 개인의 니즈에 따른 맞춤 여행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현지 여행 소스의 경쟁력, 즉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겠다는 이야기다. 

박 회장은 하나투어의 이번 투자는 한국인의 해외여행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외국여행’까지 포함하겠다는 말이다.  본부장을 현지 법인에 파견하는 등 글로벌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하나투어가 세운 현지 법인은 일본,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10여 개다. 하나투어 일본 법인인 하나투어재팬의 인바운드(외국인의 일본여행)의 경우 조금씩 성과도 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에 한국인 26만 명의 일본여행을 진행한 것 외에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제3국의 여행객 4만 명의 일본여행을 진행했다. 

하나투어는 현지 법인의 이러한 경험치를 확대하고 다각화할 계획이다. 일단 현지에 여행 인프라를 구축하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OTA들처럼 현지화와 마케팅을 통해 외국인 여행객을 흡수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다만 하나투어재팬이 3~5년을 두고 서서히 서비스를 확장한 만큼 글로벌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는 개인맞춤여행과 외국인의 외국여행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플랫폼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있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자유 여행자들은 항공과 호텔, 현지투어 등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구성해 맞춤 패키지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청사진 때문이다. 하나투어가 밝힌 차세대 시스템이란 호텔·항공·패키지 플랫폼에 하나투어닷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특성에 따른 맞춤 마케팅), 통합정산 시스템 등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와 동시에 플랫폼 구축에 착수해 올해 9~10월이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450여 명의 전문가와 4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호텔 플랫폼, 항공 플랫폼, 패키지 플랫폼은 개발 완료 단계로 곧 테스트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고객이 직접 만드는 다이내믹 패키지 등 글로벌 OTA가 제공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하나투어가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하나투어가 차세대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기존의 패키지 상품 역시 놓치지 않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키지 상품의 수요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수익을 만드는 기존 패키지 상품을 메인으로 소규모 패키지와 현지 투어 등을 더한 차세대 플랫폼을 보완해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4월 초 출시한 4인 이상 출발 상품인 '우리끼리'도 60여 개 상품에서 이미 1500여 명이 모객된 상태다. 하나투어는 최근 보험대리점업을 등록하면서 여행자보험을 선택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나투어가 중국 유커 등 인바운드 여행객을 위한 면세업과 호텔업을 병행하는 만큼, 국내 여행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 써야 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인구 1억 3000만 명 가운데 한 해에 1700만 명 정도만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국내 여행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투어도 국내 여행 인프라를 잘만 구축하면 한류 관광의 한 축이 되어 글로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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