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적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삼바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검찰수사를 앞두고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이라는 제목의 파일들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난 것. 검찰은 “삼성에서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 말고 누가 있는가”라며 삭제된 파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지원 테스크포스(TF)는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시에 따라 문제가 되는 파일을 제대로 삭제했는지 확인하려고 삼성그룹의 정보기술 전문조직인 삼성전자 보안선진화 TF 임직원을 파견해 점검에 나섰다. 

양모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는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바를 검찰에 고발하자 재경팀 직원들에게 공용 폴더에 저장된 21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하도록 했다. 양 상무가 삭제를 지시한 폴더 중에는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가 포함돼 있었다.

이밖에도 ‘VIP(대통령을 지칭),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별칭), 부회장,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 전략1팀, 실장’ 등 개인이나 직책을 의미하는 단어도 있고, ‘바이오젠, 지분 매입, 재매입, 콜옵션, 상장, 나스닥, 합병, 감리, 경영수첩, 중장기, 운영’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이들은 임직원 30여명의 개인 휴대전화도 제출하게 했다. 제출 대상엔 고한승 대표도 포함됐다. 휴대전화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e메일, 인터넷 검색기록 등 사생활이 포함된 내용까지 점검했다. 

문제가 되는 파일을 검색해 삭제한 데 머물지 않았다. 휴대전화 내 동기화 기능까지 차단해 회사 관련 데이터가 구글 등을 통해 외부 서버에 자동 저장되는 것을 막도록 했다. 자사 프로그램인 삼성페이를 포함해 위치, 동선이 기록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동기화 기능도 삭제했다. 이러한 작업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 작업으로 삭제된 파일 대부분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스의 증거인멸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스는 증거 인멸뿐 아니라, 자료를 조작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초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들여다보고 있던 금융감독원은 삼바 쪽에 바이오시밀러 문건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삼바는 변호사들과 상의 후 2011년 12월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해 삼성전자·삼성물산에 보고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삼바가 2012년 2월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인 에피스의 사업성과 기업가치평가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삼바는 이 문건의 작성자를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바꾸고, 작성 시점을 2011년 2월에서 2012년 2월로 바꿨다. 조작된 문건은 지난해 3월말 금감원에 제출됐다. 

검찰 삼성 ‘윗선’을 향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고 에피스의 양 상무와 이모 부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정현호 사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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