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밥솥’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 논란
‘쿠쿠밥솥’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5.21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자신 회장 ‘밥솥신화’ 뒤에 숨은 사익추구 논란... 차남 기업에 수십억 몰아줘
고배당 정책도 도마위... 오너일가 배당 몰아주기 의혹 제기돼

‘쿠쿠밥솥’으로 유명한 쿠쿠홀딩스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오너일가 지분 100%를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에 매년 수십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형적인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추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너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오너일가의 종잣돈 마련을 위한 창구로 활용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배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밥솥신화’를 쓴 쿠쿠 오너일가의 각종 의혹을 정조준한다.

쿠쿠전자 공장 전경. (사진=쿠쿠전자)
쿠쿠전자 공장 전경. (사진=쿠쿠전자)

 

꼬리 무는 일감몰아주기 의혹
전기밥솥 하나로 해당 분야를 제패한 중견기업 쿠쿠그룹을 두고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쿠쿠는 국내 전기밥솥 시장에서 점유율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의 1위 업체다.
문제는 쿠쿠그룹 계열사인 엔탑이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차남인 구본진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 ‘제니스’에 매년 수십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제니스’의 당시 자본금은 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쿠쿠그룹 계열사와의 지속적인 내부거래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1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7년 만에 무려 20배가 증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제니스는 지난해 매출 216억원 가운데, 쿠쿠홀딩스가 지분 42.2%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엔탑과의 거래로 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7년에는 215억원 중 42억원, 2016년 150억 중 48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내부거래로 매년 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제니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엔탑’도 쿠쿠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엔탑이 올린 지난해 매출 448억원 가운데 쿠쿠전자가 86.3%인 387억원을 차지했다. 2017년 매출 524억원 가운데 쿠쿠홀딩스와 쿠쿠전자가 각각 365억원, 34억원의 매출을 올려줘 76.2%를 기록했다. 사실상 계열사 매출이 없으면 회사가 굴러가기 힘들 지경이다. 이 때문에 엔탑은 쿠쿠전자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니스와 엔탑의 사업 내용 일부가 겹쳐 이른바 ‘통행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85년 설립된 엔탑의 업종은 불화탄소수지 코팅 알루미늄판의 제조·판매업이다. 제니스의 주요 사업 가운데 불화탄소수지 코팅업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너일가가 자신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제니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엔탑에 대한 배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오너일가 소유기업에 이익을 나눠주는 탓에 상장사 주주이익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학 쿠쿠홀딩스 대표이사. (사진=쿠쿠 홈페이지)
구본학 쿠쿠홀딩스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오너일가 고배당 논란도
쿠쿠그룹의 고배당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너 일가가 전체 배당금의 대부분을 챙겨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쿠쿠홀딩스는 2018년도 186억4700만원, 주당 3천원을 배당했다. 쿠쿠사회복지재단을 제외하고 구 회장 일가의 지분은 67.70%, 481만5243주이므로 144억4600만원을 배당받는 셈이다. 쿠쿠홀딩스는 2017년에는 181억1800만원, 2016년 252억8000만원을 배당했다. 쿠쿠홈시스는 주당 2800원 총 33억827만원을 배당했다. 쿠쿠홈시스도 구본학 16.55%, 구자신 9.32%, 구본진 7.18%, 쿠쿠사회복지재단 1.84%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75.44%에 이른다.

여기에 쿠쿠전자의 계열사 엔탑도 순이익을 뛰어넘는 고배당을 실시하면서 이 또한 오너 일가를 위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엔탑이 지난해와 2017년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각각 84억원과 90억원이었다. 이렇게 엔탑이 올린 이익의 상당부분은 배당금으로 바뀌었다. 배당금은 지난해 80억원(주당 4만원),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의 2배가 넘는 200억원(주당 10만원)에 달했다.

엔탑은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500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2015년의 배당금 500억원은 그 해 당기순이익 140억원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엔탑의 오너 일가 지분은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엔탑의 배당금이 높아질수록 오너 일가가 얻게 되는 이익규모 커지게 된다.

제니스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쿠쿠홀딩스 관계자는 “제니스와의 거래는 계열사인 엔탑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배당 논란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소액주주 비율이 적을 뿐이지 그런(오너일가 현금 몰아주기) 목적은 아니다”고 밝혔다.

공정위, 쿠쿠그룹 겨냥할까
쿠쿠구룹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 9000억원을 넘어서며 1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쿠쿠홀딩스는 연결기준 2018년 매출 4933억원, 2017년 4502억원, 당기순이익은 각각 846억원과 452억원을 기록한 알짜회사다. 여기에 렌탈업체인 쿠쿠홈시스는 지난해 매출 4188억원, 당기순이익 382억원을 기록했다.

쿠쿠그룹은 범LG가문의 구자신 회장이 지난 1978년 금성사의 밥솥 사업 부문을 인수해 성광전자를 설립해 시작됐다. 지난 1998년 밥솥에 ‘쿠쿠’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며 ‘쿠쿠전자’를 거쳐 ‘쿠쿠홀딩스’와 ‘쿠쿠홈시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본학 사장은 2006년 아버지 구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해 2세 경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구 회장 일가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구 회장 일가→쿠쿠홀딩스 →쿠쿠전자·쿠쿠홈시스·엔탑 순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인 쿠쿠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구자신 회장의 장남인 구본학 대표로 42.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구 회장의 차남 구본진 씨 18.37%, 구 회장 6.97% 순이다. 쿠쿠홀딩스는 자회사 쿠쿠전자 지분 100%, 계열사인 쿠쿠홈시스 40.55%, 엔탑의 지분을 각각 42.20% 씩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쿠쿠전자에서 기존 렌탈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쿠쿠홈시스로 재상장했고, 가전사업 부문을 쿠쿠전자로 물적 분할했다. 이후 존속회사 명칭을 쿠쿠홀딩스로 변경한 뒤 지난해 1월 재상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일감몰아주기는 편법적 경영권 승계 이용, 중소기업·소상공인 거래생태계 파괴 등의 폐해가 커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일감몰아주기 근절 의지를 밝혔다. 취임 3년차를 맞는 ‘김상조호 공정위’의 칼날이 쿠쿠그룹을 겨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