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상속세 충분히 감당 수준
“과도한 위로금 결의 땐 이사회 배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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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에서만 최대 1800억원대의 퇴직금과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회장이 임원을 겸직한 대한항공 등 계열사 9곳으로부터 받는 퇴직금·퇴직위로금을 모두 합치면 천문학적 규모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의 퇴직금을 물려받게 되면 부인 이명희씨와 자녀 조원태·현아·현민씨는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회사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가 과도한 퇴직위로금 지급을 결의하면 형사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일 한겨레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 퇴직금 613억원(경제개혁연대 추정)에 퇴직위로금 1226억원까지 최대 1839억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 정관과 ‘이사의 급여 및 퇴직금’ 규정에 따라 퇴직 임원은 퇴직금과 함께 위로금도 받을 수 있다. 해당 규정에는 퇴직 이사가 ‘특수한 공로’를 인정받으면 퇴직금의 2배수 이내에서 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조 전 회장이 퇴직금과 퇴직위로금을 합쳐 18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진그룹 전체로 확대하면 조 전 회장이 받을 퇴직위로금은 대폭 늘어난다. 조 전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 9개 임원을 겸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한진칼·한진·한국공항 정관에도 퇴직 임원에게 퇴직위로금(한진은 공로금)을 주도록 명시돼 있다. 각 회사의 임원 퇴직금 관련 규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한항공 규정을 준용하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조 전 회장의 총 퇴직금이 최대 19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는데, 여기에 퇴직위로금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 규모가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규정을 계열사에 준용한다면 조 전 회장의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규모는 최대 5800억원까지도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 총수일가의 상속세 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불명예 퇴진’한 임원에게 천문학적 금액을 지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조 전 회장은 27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런 영향으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경제개혁연대는 “故 조양호 회장에게 과도하게 계상된 퇴직금의 박탈 내지 대폭적인 감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될 것이며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이사회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이사회가 과도한 퇴직위로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의 퇴직금 지급과 퇴직위로금 지급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차후 분기보고서를 통해 공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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