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이 뜬다' 점차 높아지고 있는 '안전자산' 선호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격화로 국내외 시장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주식형 펀드보다 채권형 펀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의 경우 세계 금시세에서 큰 변동이 없지만 국내 거래량이 급등하는 등 금매수량이 증가했으며, 주식형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형 펀드 또한 증가했다'며 '이외에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히진 않았지만 대체자산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 등에도 눈돌리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한국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0.3%) 쇼크에 이어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연이은 악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매도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미국의 달러 강세와 중미 2차 무역전쟁 전초전 등 사건사고가 계속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격화로 시장에서 우려감이 커지자 채권형펀드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형펀드가 주식형펀드보다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4월 국내 채권형펀드에 2조576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내 채권형펀드에 9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이후 5개월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이달에도 7거래일 중 10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자금이 유입되는 등 지난주 82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해외채권형펀드도 지난달 15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지만 이전까지 3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주에도 9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4월 마지막 주 순유출세에서 전환했다. 반면 주식형펀드에서는 꾸준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지난달 2조62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되며 3개월 연속 순유출세를 이어갔다. 3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만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주에도 45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13주 연속 순유출세를 이어갔다. 채권형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한번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형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 규모에 관세율을 25%로 인상했고 중국 정부는 이런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항해 미국산 수입품 600억 달러어치에 추가로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3~4주 이후 협상 결렬 시 대중국 수입품 3250억 달러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부과(25%)를 경고했다"며 "단기간에 무역분쟁이 봉합되거나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 또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도 "최근 들어 미국 및 유럽 등의 선진국뿐만 아니라 연초 이후 자금이 유입되던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도 투자자금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면 채권형펀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채권형펀드로도 투자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갈등이 다시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신흥국주식 자산 투자흐름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 눈돌리는 투자자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치권 등에서 불붙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에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까지 가세한 영향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금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이(5월 14일 기준) 42.9㎏으로 지난달(22.0㎏)보다 94.6% 증가했다. 3월의 17.2㎏과 비교하면 2.5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개인 순매수량이 눈에띄게 늘어났다. 개인 순매수량은 3월(월간 합계) 116.4㎏에서 4월 148.3㎏으로 27.4% 늘었다. 개인 고객들의 자산관리용으로 금을 판매하는 은행들도 순매수량이 3월 8.8㎏에서 4월 33.6㎏으로 급증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골드바 판매량이 3월 10.5㎏에서 4월 38.8㎏으로 늘었으며 골드바의 공급 물량이 부족해 일부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도 골드바 판매량이 3월 70㎏에서 4월 177㎏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달 13일까지 최근 두 달여간 국제 금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았음에도 금 거래가 급증한 것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봤다.

국제 금 시세(금융정보업체 텐포어 기준)를 보면 지난 3월 4일 1온스당 1,294.64달러(종가 기준)에서 4월 1일 1,289.97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내 금 거래가 급증하기 시작한 4월 15일에도 1,287.79달러로 전날보다 하락했고 5월 2일까지 1,271.77달러 수준으로 내림세를 보이다가 5월 7일에야 1,280달러대를 회복했다. 다만 이달 14일에는 하루 만에 14.86달러(1.16%) 올라 1,298.0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전무는 "금값이 이미 많이 올랐고 환율도 최고치여서 싸게 살 수 없는 상황인데도 개인들이 금을 많이 사들이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며 "최근 구매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화폐단위 변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논의와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재발견?

최근 암호화폐(가상화폐) 대장주격인 비트코인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1000만원 시세를 넘보고 있다. 연초 600만원 고지가 깨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비트코인의 모습에 국내 투자자들 또한 다시 한 번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비트코인 또한 글로벌 안전자산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되가고 있다"며 "ICO 인기가 사그라짐에 따라 대안으로 등장한 IEO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ICO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전년동기 대비 97% 줄어든 반면, IEO 자금 조달액은 올해 1분기에만 4000만달러 규모에 도달했다. 2019년 IEO 시장의 시가 총액은 9억77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비트코인의 안정성과 관련해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ETF 승인 결정을 다시 한번 연기했기 때문이다. SEC는 비트와이즈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 승인 결정을 다시 연기한다고 밝혔다. SEC는 비트와이즈의 비트코인 ETF 신청건에 대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계속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SEC는 최장 240일까지 승인 심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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