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회장 은퇴선언... ‘김남정 체제’ 출범에 동원그룹 경영 변화 가능성
‘오너일가 화수분’ 지적에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상장 재추진설 ‘모락’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은퇴를 선언했다. 창립 50년 만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정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은 이미 이뤄진 상태다. 문제는 동원그룹의 지주사로 사실상 김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오너일가의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의도 증권가 일각에서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원그룹의 향후 행보를 살펴본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동원그룹 제공)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동원그룹 제공)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열린 동원그룹 50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은퇴선언을 한 가운데 향후 동원그룹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동원그룹은 2018년 자산 총액기준 재계순위 45위(8조원)으로 2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2620억원으로 2017년 5조7744억원보다 10% 가까이 늘어났다. 김 회장의 은퇴는 이런 호실적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원엔터, 오너일가 ‘화수분’
업계에서는 ‘김남정 체제’ 출범이후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상장이 추진될 지가 관심사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08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증시가 불안하자 결국 상장을 포기한 바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상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사실상 동원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동원F&B 지분 71.25%, 동원산업 59.24%, 동원시스템즈 80.39%, 동원냉장과 동원건설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남정 부회장이 67.98%로 최대주주다. 김재철 회장(24.50%) 등 특수관계자 지분이 99.56%에 달한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문제는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면서 꾸준히 배당액을 늘려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940억원, 영업이익 578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8.2%, 116.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539억97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00% 늘어났다.

이러한 매출의 절반가까이는 계열사로부터 얻는 배당금 수익이었다. 2017년 190억원에서 지난해 약 487억원으로 2.5배 이상 늘어났다. 2017년 배당금수익이 잡히지 않았던 동원냉장에서 들어온 233억원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배당금 수익 비중도 29.98%에서 51.74%로 급증했다.

내부거래 비중도 높은 편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매출액 940억원 가운데 442억원(47.0%)이 특수관계자와의 매출에서 발생했다. 비록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예외에 해당하는 회사 보안서버 유지 차원의 거래에서 나온 것이지만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밖에 용역매출 240억원(25.6%), 상표권사용수익 105억원(11.1%) 순을 차지했다.

이러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수익증가는 고스란히 배당액 증가로 이어졌다. 이 회사의 배당액은 지난 2015년 주당 500원에서 2016년 750원, 2017년과 지난해 각각 1000원으로 3년 사이 두 배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현금배당금 총액도 각각 58억4600만원에서 87억6900만원과 116억9100만원으로 두 배 늘었다. 사실상 오너일가 지분 100%의 개인회사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배당금이 오너일가의 화수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새로 출범한 김남정 체제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인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을 통해 최대주주 지분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 측은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상장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과도한 배당액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배당성향이 8%를 넘어간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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