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미국 이동통신사-IT업계에서 5G 서비스 시장의 선점을 위해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의 이동통신사 3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은 지난 4월 3일 밤 11시 기습적으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기존에 예정됐던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세계 최초 5G 서비스 상용화에 앞장서 정부 또한 행사를 통해 정보통신업계 1위와 IT-정보통신 최강국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자국 소비자 속이고 있는 한국

그러나 열매는 달지 않았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단 이후 공개한 요금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통신업계 최초로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공개한 KT가 실제로는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하는 조항을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KT는 5G 상용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KT 5G 슈퍼 플랜' 요금제를 공개했다. 월 8만 원에서 13만 원까지 가격대에 따라 속도 제한 없이 5G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로 공개 이후 5G 예비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KT의 '데이터 FUP'(Fair Use Policy ·공정사용 정책) 조항에는 2일 연속으로 일 53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최대 1Mbps(초당 메가비트)로 데이터 속도제어를 적용하고 '이용 제한', '차단' 또는 '해지' 될 수 있다는 단서가 들어있다. 여기서 1Mbps의 경우 2G 속도로 영상 등의 콘텐츠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고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FUP 조항 정보지만, 예약가입 때나 5일 개통 현장에서도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 KT 홈페이지 또한, 데이터 제공 항목을 클릭해 펼쳐지는 내용 중 4번째 항목인 FUP의 6개 조항 중 마지막 조항까지 읽어야 확인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일반 고객들이 해당 정보를 찾기란 아주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말이다. 대다수 고객들의 경우 신규 가입 혹은 변경 과정에서 알려주는 정보 및 사용에 대한 정보만 듣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FUP 조항에 따르면 단시간 대용량 데이터를 유발하는 서비스 사용으로 네트워크 부하가 발생하는 경우, 데이터 속도제어 적용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초고화질(UHD) 영상과 가상현실(VR) 콘텐츠 등을 사용할 때 발생한다. 앞선 콘텐츠 등을 사용 시 평균 1시간 데이터 소모량이 10~20GB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2시간짜리 영상을 이틀간 시청할 경우 '일 53GB 제한'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인도네시아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 인근에 마련된 KT부스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도네시아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 인근에 마련된 KT부스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KT가 모든 가입자들에게 공정사용 정책으로 '일 53GB 데이터 사용량 제한을 둔 것은 마케팅용 꼼수로 보인다"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에도 무제한 요금제를 표방하지만, LG유플러스도 요금제 약관에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포함했으며, SK텔레콤의 경우 제한은 없지만 6월까지 가입해야 하며 24개월로 기간이 한정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지난 4일 월 8만 5천 원과 9만 5천 원의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2종을 출시했다. 오는 6월 말까지 가입하는 고객에게 24개월간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LG유플러스 또한 5G 이동전화 이용약관 중 5G 요금제 11항에 '2일 연속으로 일 50GB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해지 또는 데이터 속도제어, 차단 등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항을 154페이지짜리 약관에 한 줄만 포함한 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다른 통신사들과는 다르게 '한시적 5G 무제한 요금제' 4종을 공개했다. 일반형 요금제 '슬림'은 월 5만 5000원에 8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며, '5GX 스탠더드'는 월 7만 5000원에 150GB, '5GX 프라임'은 월 8만 9000원, '5GX 플래티넘'은 월 12만 5000원에 완전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단 SK텔레콤의 5G 요금제는 올해 말까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 다른 통신사들과는 달랐다. SK텔레콤 측은 "오는 6월 30일까지 5G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12월 31일까지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라는 입장이다. 8개월 뒤인 2020년 1월 1일부터는 5GX 프라임 월 200GB, 5GX 플래티넘 300GB의 데이터가 제공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통신사들의 5G 무제한 요금제 정책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불완전한 무제한 요금제'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환불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고객들이 통신사들의 말만 믿고 가입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라며 "실제로 요금제 등 주요 내용을 고객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는 경우, '불완전 판매'로 규정돼 구매 14일 이내 무조건 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를 입고 있는 고객들의 증가와 업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에선 기술 선점 기업-국가에 제재 및 경고 날리고 뒤에선 자국기업 밀어주고있는 미국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은 기업들이 하나둘 5G 시장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통신장비 업계 1위 화웨이의 시장 점령을 우려해 사사건건 브레이크를 거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두고 "백도어, 군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강력하게 지적하며 동맹국들에게도 사용을 금지하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 일명 '화웨이 보이콧'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국들의 산업 진출과 독점을 견제하면서 내부에선 美 자국 기업의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인텔이 5G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을 접는다고 밝히며 한발 뒤로 물러섰지만, 퀄컴이 애플과 통신칩 로열티를 둘러싼 천문학적인 소송을 접고 통신칩 거래를 재개하면서 두 걸음 이상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퀄컴이 미국의 5G 통신칩 시장을 점령하기 위해 한발 나서면서, 대만 미디어텍-한국 삼성전자-중국 화웨이 또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형태다. 퀄컴이 올해 제조한 5G 칩은 자체 프로세서와 연동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남은 과제는 애플에 납품할 제품은 애플의 자체 프로세서(AP)와 연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둘의 합의는 애플이 백기를 든 결과로 보인다. 2020년 5G 아이폰 출시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애플의 통신칩 공급업체인 인텔이 올여름까지 샘플을 납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이 마감기한 자체를 맞추지 못하는 등의 행동으로 애플의 신뢰도를 잃은 것으로 예측됐다.

부족한 기술력 공격적 M&A 통해 구하려는 중국 

중국은 화웨이를 앞세워 5G 시장 점령에 나섰다. 중국의 5G는 3GPP(무선통신 표준화 단체) 체제 아래 구축된 5GNR(5세대 뉴 라디오)을 의미하고 있는데, 여기서 3GPP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IEEE보다 무선통신이나 이동통신 표준 분야에서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5GNR 기술 공여자 명단에는 화웨이(??)를 비롯해 중싱(中?), 다탕(大唐), 펑훠(烽火)통신을 합친 중신커(中信科) 등이 포함돼있었으며, 3대 통신사 이동(移?) 롄통(?通) 뎬신(?信)이 5G의 핵심으로 손꼽혔다. 중국이 밝히고 있는 5G 핵심기술은 4G 네트워크에 Volte(음성통화 기능을 더한 롱텀에볼루션) 기능을 탑재해 5GNR의 신호를 받는 방식으로, 5GNR 하의 마지막 단말 단계에서 4G의 Volte를 5G 언어를 읽도록 하는 모델이다. 중국 3대 통신사가 낸 5G 터미널 계획도 비슷했다. 중국 5G 네트워크는 eMBB(증강형이동대역)의 일부분이라는 이야기. 중국은 자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의 깊이가 부족해 이미 기술을 가진 IT 계열 기업들의 M&A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M&A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무산된 건수가 최소 7건에 달한다. 앞서 2015년 중국 칭화유니(淸華紫光) 그룹이 세계 3위 D램 기업인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 외국인 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실패했다. 이후 칭화유니그룹은 이듬해 2월 미국 샌디스크 인수도 추진했지만 미국 당국에서 이를 정밀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역시 무산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중국 화룬(華潤)그룹은 미국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를, 푸젠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펀드(FGCIF)는 독일 반도체 장비 업체 아익스트론을 각각 인수하려 했지만 역시 미국 정부의 제동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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