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기오염 물질 감사 결과 발표... 충남도에 조업정지 등 통보
현행법 처벌 과태료 60만원·경고처분이 전부... 처벌 강화해야 주장 나와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기준치의 6배에 가까운 ‘시안화수소’를 배출하고도 이를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안화수소는 ‘청산가스’로도 불리우며 맹독성 물질인 청산칼륨(청산가리)의 원료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뉴시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뉴시스)

 

감사원이 지난 17일 공개한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 감사 결과 공개문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난 2017년 2월 20일 측정대행업체 A사를 통해 방지시설 설치 면제시설인 3고로 열풍로와 후판가열로, 철근공장가열로의 배출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3고로 열풍로에서 특정대기오염물질인 시안화수소가 허용기준치(3ppm)의 6배에 가까운 17.345ppm으로 측정됐다. 후판과 철근공장 가열로에서도 각 7.618ppm과 1.952ppm의 시안화수소가 배출된 것으로 나왔다. 시안화수소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과거 나치가 유대인 학살에 썼던 화학물질이다.

시안화수소 측정값이 기준치를 넘어서자 A업체는 두 시간 뒤 다시 측정해 불검출 결과를 얻은 뒤 ‘기준치 초과’와 ‘불검출’로 내용이 나뉜 두 종류의 측정기록부를 작성했다. 한 달 뒤인 같은해 3월 14일에도 3고로 열풍로 시설에서 나온 시안화수소 농도는 3.702ppm으로 기준치를 넘었다.

두 차례나 기준치가 초과돼 배출됐지만 현대제철은 시안화수소가 배출된 사실 자체를 감췄다. 시안화수소는 허가받은 대기오염물질이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현대제철은 그해 6월 A업체의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불검출’로 작성된 측정기록부만 첨부해 다른 16개 특정대기오염물질에 관한 것만 충남도에 변경 신고했다. 대기환경보전법 등에는 배출시설 사업자가 허가받은 오염물질 외에 새로운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확인하면 30일 이내에 시·도지사에게 배출물질 변경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0~12월 이뤄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감사원 요청으로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현대제철 해당 시설에 대한 점검에 나서자 현대제철은 환경부가 다녀간 나흘 뒤에야 ‘38개 배출시설에서 허가받지 않은 오염물질인 시안화수소가 배출된다’고 충남도에 신고했다.

감사원은 “해당 배출시설에서 시안화수소가 배출되는 정확한 원인과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고도 시안화수소 배출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제철은) 소명하지 못했고, 여전히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데이터 측정 과정에서의 오류와 기술적인 부분을 감안해 불검출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2017년에는 시안화수소를 새로운 배출물질로 변경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감사원과 충청남도가 의뢰한 국가공인기관의 측정치에서 미량이 검출됐기 때문에 변경신청 절차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충청남도의 관리 부실도 지적했다. 현대제철이 시안화수소를 허용기준 이상으로 불법 배출하고 이를 숨겼는데도 충청남도가 이를 알지 못한채 지도·점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한 충남도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시안화수소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우려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배출시설을 운영한다면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조업정지 등 행정처분 및 고발을 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에서는 중앙정부가 감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기오염물질 감시·감독권을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행 대행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대기오염물질 관리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환경오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충청남도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해 취한 조치는 경고처분과 함께 과태료 60만원 부과가 전부였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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