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일본에 ‘역전승’
한국,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일본에 ‘역전승’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04.15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상 최초로 WTO 1심 판결 뒤집어... 日, WTO 수산물 분쟁 한국에 역전패 충격

일본에 역전 한판승
일본이 충격에 빠졌다. 한국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무역분쟁에서 일본에 역전승했기 때문이다.

WTO는 11일(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 한국이 후쿠시마현 등 8개현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일본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한국의 조치가 타당하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일본의 주장을 인정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12일(한국시간)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진=WTO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세계무역기구(WTO)가 12일(한국시간)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진=WTO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무역분쟁의 최종심 격인 상급위원회(상소기구)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줬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핵심 쟁점이 줄줄이 파기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1심 패널은 한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불합치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SPS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승소에 따라 2013년 9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후쿠시마·이바라키·군마·미야기·이와테·도치기·지바·아오모리)현에서 잡힌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대해 내려진 수입금지 조처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승소 소식을 접한 뒤 일본 식품에 대한 기존 검역절차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 폭발 이후 이 곳 8개현의 앞바다는 방사능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일시적으로 54개국·지역이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을 규제했다. 수입규제는 현재도 23개국·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발끈한 일본
WTO 패소에도 일본 정부는 일본 수산물은 안전하다며 ‘아전인수’식으로 WTO 결정을 해석하거나 WTO의 개혁을 운운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12일 WTO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 식품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한국의 안전 기준에도 충분히 들어맞는다는 1심 판단은 2심에서도 유지됐다. 일본이 패소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요시카와 다카모리 농림수산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식품 안전을 WTO가 부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WTO 개혁론’을 들고 나왔다. 스가 관방장관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관한 논의를 포함해 미국과 긴밀히 연대, 협력하면서 다각적 무역체제의 유지와 강화를 꾀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장관은 “WTO 상소기구의 정원이 7명이지만 현재 3명밖에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인원들을 충원하지 못하다 보니까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갈등 상황에서 ‘국제적인 룰’을 준수하라고 우리에게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빚을 때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 한국을 향해 ‘국제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제소는 일본 정부가 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국민 안전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50여개국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는데도, 유독 한국 정부만을 상대로 2015년 5월 WTO에 제소를 한 것이다. 한국과의 분쟁에서 승소한 뒤 다른 나라에도 수입제한 해제를 요구한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극우·혐한 日누리꾼도 日정부 비판
한국이라면 무조건 비난하는 혐한 성향 누리꾼들조차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일본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극우·혐한 성향 거대 커뮤니티인 5CH(5채널)에서는 13일부터 한일간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무역 분쟁과 관련해 WTO의 최종 판정을 알리는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평소와는 달리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글보다는 일본 정부에 비판적인 글들이 많았다.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그로 인한 오염수 유출 문제로 해산물의 방사능 오염이 우려돼 수입을 금지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상식적으로 맞다는 지적이다. ‘난 한국 싫다. 그런데 이번 건은 한국 지지한다’고 한 누리꾼도 있었다.

한 일본 누리꾼은 ‘반대로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원전사고→일본이 한국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한국이 안전 강조하며 수입하라고 WTO 제소→한국 주장은 과학적 주장이 불충분해 WTO에서 일본 승소. 이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일본에서조차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기피하는데 어째서 한국에는 이를 수입하라고 강요하느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또 이번 일로 ‘동일본산=방사능 오염’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른 누리꾼은 ‘미야기현에 살고 있지만 일본인들조차 피하는 후쿠시마 산 미야기 산 수산물을 외국인이 왜 사냐. 미국도 우리 것 안 산다’고 했고, ‘정직하게 말하면, 우리 일본인들도 같은 물건이라면 서일본산 사 먹지 동일본산 안 먹어요’라는 글도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