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 평가... 文 역할론 힘 실어
文, 한반도 운전자론 구원투수 재등판... 남북 3차 회담서 결판낸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이라는 평가다. 문재인·트럼프 한미 정상은 3차 북미정상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2020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문 대통령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문의 구원투수 역할론에도 힘이 실렸다. 문은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새 역사를 쓰는 계기가 될 북미정상회담을 전망해 본다.

11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는 쇼비즈니스
‘정치는 쇼비즈니스’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지난 1998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미디어를 통해 여론에 어필하는 ‘이미지 정치’로 국정운영을 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같은 ‘이미지 정치’는 현재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SNS와 미디어를 이용해 ‘이미지 정치’를 해오고 있다. 보수진영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쇼통’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청와대 행정관인 탁현민 자문위원을 야당에서 낙마시키려고 했던 것도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이미지 정치를 잘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협상에 집중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일괄타결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에겐 정치적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결할 수 있는 ‘특단(特段)의 쇼’가 필요하다. 전쟁의 상징인 판문점서 북미 정상이 만나 북의 비핵화 일괄타결과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낸다면 최고의 쇼가 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노벨평화상은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한미 안보소식통은 “트럼프·문재인 한미 정상은 북미대화 재개에 합의했다. 비핵화와 관련 ‘빅딜 속 스몰딜’ 추진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굿 이너프 딜’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 복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내년까지 천천히 대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쇼를 만들기 위해서다”고 했다.

정권탄생 2년 동안 남북문제에만 매달리면서 정치·경제·외교적 고립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문 대통령에 북미대화 복원되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여기다 남북미가 판문점에서 만나 북한의 비핵화, 종전과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낸다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외교적 고립 상태였다. 경제 제재를 풀지 못하면서 정권 자체가 위기였다. 이런 상황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서 북미대화의 길이 열리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 기조의 유지를 선언했다. 문·트럼프 회담에 힘을 보탰다.

일괄타결 대신 원포인트로 선회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서 한반도가 다시 바빠지게 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과업은 북미정상 대화가 가까운 미래에 열려서 북미대화의 추진력을 유지하고 국제사회가 긍정적인 시각을 지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3차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빨리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과의 3자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고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든든한 우군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기조가 일괄타결에 가까워졌던 것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한 미국 국내 정치적 입지를 극복하기 위해 외교에서 ‘강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근본적으로 일괄타결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물리적 이유로 (일괄타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당근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량지원과 같은 논의를 문 대통령과 할 것이다. 2년 전과는 매우 대북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대규모의 무기 구매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전투기와 미사일을 비롯한 많은 수의 군사장비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가들은 F-35의 추가 구입 가능성을 점쳤다. 최근 일본의 추락사고로 생긴 F-35에 대한 불안감을 이번 구입으로 상쇄함과 동시에, 터키의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구입으로 인한 미국의 F-35 터키판매 금지 처분으로 생긴 재고까지 처분하는 ‘묘수’라는 분석이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미국 방산업계와 이들 공장을 지역구로 삼은 미국 상하원의원들에게 우리 정부가 빚을 지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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