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재벌들의 친인척 일감몰아주기가 연이어 적발되면서 국민들의 울분을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재벌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정몽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 사진 뉴시스

 

일감몰아주기는 회사가 자녀 및 친인척 등이 있는 다른 회사 혹은 계열사 등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어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게끔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하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SBS(에스비에스) 노조는 태영건설 이재규 부회장이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 SBS 콘텐츠허브를 통해 이 부회장의 '가족기업'에 13년간 일감을 몰아줘 200여억원대 매출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대해상화재보험 정몽윤 회장 또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는데, 현대가(家)의 7남인 정 회장이 범현대가 기업들을 통해 친인척 인사의 기업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제기된 기업은 정몽윤 회장이 부부의 연을 맺은 김혜영 씨의 집안 부국물산이다. 정몽윤 회장은 1982년 고 김진형 전 부국물산 회장의 자녀 김혜영 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시 건축자재 판매를 시작으로 성장한 부국물산은 건설업까지 진출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기업이다. 부국물산은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를 견뎌내지 못하고 계열사를 줄줄이 폐업됐다. 핵심 회사인 부국개발도 2007년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부국물산은 무너졌지만 오너 일가는 살아남았다. 고 김 전 회장 둘째 아들 김관영 제이엘투자운용 대표와 아내 홍성진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 대표가 따로 기업을 설립해 부국물산의 뒤를 따랐던 것. 업계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정몽윤 회장이 많은 지원을 해줬을 것이라고 봤다.
 
문제 또한 이 과정에서 벌어졌다. 앞서 부국물산 오너 일가가 설립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인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는 설립 초기 특별한 성과는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현대해상 헬프데스크 운영 계약, 현대해상 서버시스템 운영관리 계약, 현대기아차그룹 구매시스템 운영 계약 체결 등 굵직한 계약을 따내며 급격하게 성장했다.
 
여기에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는 각 지역 사업장마저 범현대가 기업 사옥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사업장의 경우 현대캐피탈 빌딩에 있었고, 부평 사업장은 인천광역시 현대해상부평 사옥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남양 사업장은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 파주 사업장은 현대자동차그룹 파주인재개발원 등에 각각 위치해 있다.
 
이외에도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의 전문경영인 또한 '현대맨'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오토에버시스템즈 출신 김선태 대표는 지난 2015년 취임이후로 현재까지 기업 경영에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그는 1983년 현대자동차에 발을 내딛고 이후 현대오토에버에서 전무,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지냈다.

정몽윤 회장의 특급 서포트는 부국물산과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를 수백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는 2009년 53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4년 216억원, 2015년에는 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지난해엔 394억원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 경신 한신공영

이외에도 지난해 매출 2조1421억 원, 영업이익 2144억6700만 원을 올리는 등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갈아치우고 있는 한신공영도 '일감몰아주기' 도마위에 올랐다. 한신공영의 최대주주인 코암시앤시개발은 내부거래 비중이 88.7%에 달하는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 코암시앤시개발은 한신공영 최용선 회장이 22.38%, 태기전 사장이 20%를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암시앤시개발의 대표이사는 최 회장의 차남 최완규다. 한신공영은 코암시앤시개발과의 매입 거래를 2016년 230억9000만 원, 2017년 178억9500만 원, 2018년 352억7900만 원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거래를 진행했다. 한신공영의 투자자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실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은 제자리 걸음이었기 때문. 한신공영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한신공영의 경우 현금배당금총액은 2016년 25억4300만 원, 2017년 40억8700만 원, 2018년 43억4000만 원으로 성장에 비해 배당금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주주들은 전년 대비 주당순이익이 2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배당을 보통주 주당 375원(액면가 대비 7.5%), 우선주 주당 425원(액면가 대비 8.5%) 등 동일한 수준으로 설정한 것은 주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노했다. 회사는 연이은 성공가도를 이어가지만 시세차익도 배당도 주지않고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대기업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 또는 전직 임직원에게 보험일감을 몰아주는 일명 ‘자기계약’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서는 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가 자기 또는 자기를 고용하고 있는 자를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을 모집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자기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들은 친인척 및 지인을 고용하는 등 자기대리점을 편법적으로 운영해 현행법상의 자기계약 50% 초과금지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자기대리점은 통상 당해 기업 소유주의 친인척, 지인 또는 퇴직 임직원을 회사 대표로 두고, 자기 지배하에 있는 보험대리점을 통해 보험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보험회사에 과다한 보험료 할인이나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부적절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자기계약의 범위 및 처벌에 대한 근거 규정이 부재해 단속 및 적발이 어려워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