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회의중이라 심각성 몰라”... 홍영표 “화재 3단계, 전국으로 번질 수 있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강원도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가운데 4일 저녁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청와대 안보실장을 보내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3시간가량 국회에 붙들어놔 질타를 받고 있다.

4일 저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4일 저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이날 속초 화재가 발생하자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의에 참석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회를 떠나 화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청와대 안보실장은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이자 위기 대응 총책임자다.

하지만 나경원 대표는 “우리도 정 실장을 빨리 보내고 싶다”며 “(홍 위원장이) 순서를 조정해서 먼저 우리 야당의원들의 먼저 (질의)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고 말하며 정 실장이 나가는 걸 막았다. 홍 위원장은 속초 화재 사태가 심각해 속초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는 상황까지 설명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태도는 완강했다. 야당 의원들이 충분히 질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나 원내대표는 “마치 우리가 뭔가 방해하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청와대 사람들을 보기 쉬운가. (올해) 처음하는 업무 보고니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며 정 실장을 국회에 붙들어 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홍 위원장은 야당의 질의를 받고 정 실장을 국회에서 보내주려 했지만 회의의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았다. 홍 위원장은 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발언 시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이어가는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지금 얼마나 (발언을) 더 하신 줄 아십니까?”라며 짧게 발언할 것을 요구했지만 송 의원은 말을 이어갔다. 또 홍 위원장은 “모니터를 켜고 속보를 한 번 보십시오. 지금 화재 3단계까지 발령됐습니다. 전국적으로 번질 수 있는 화재라고 합니다.”라며 정 실장의 이석을 요청했다.

정 실장은 결국 야당의 질의를 모두 받은 후 10시 38분 국회를 떠나 속초 화재에 대응할 수 있었다. 고성·속초 산불은 이날 오후 7시 17분경 발생했다. 재난 컨트롤 타워인 정 실장이 3시간 가량을 국회에 붙들려 있었던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회의 중이라 화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회의 도중에 홍 위원장은 몇 번이고 화재의 심각성을 의원들에게 알렸다.

4일 오후 11시46분께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사진=동해소방서 제공)
4일 오후 11시46분께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사진=동해소방서 제공)

 

한편 이날 불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인근에 위치한 변압기가 터지며 시작됐다. 이 불은 강원, 속초 일대까지 퍼져 주민 1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부상당했다. 고성과 속초에서 집 140여채가 불에 타는 등의 피해를 남겼다.

이에 소방청은 이날 오후 9시44분 소방대응 3단계, 산림청은 강원도 지역 산불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행안부도 5일 0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상태다. 강원교육청은 5일 속초시 전 학교의 휴업을 지시했다.

소방청은 이번 산불 진화를 위해 전국에서 소방차 872대가 투입됐다고 5일 밝혔다. 현장에는 강원 소방 소속 소방차 52대를 비롯해 서울, 인천,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북은 가용소방차량의 2분의 1, 부산,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남은 가용소방차량의 3분의 1이 지원 출동했다.

이어 정부는 5일 오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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