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재보궐 선거, 2020총선‘전초전’
민주 패배시 ‘이해찬 지도부 책임론’ 대두 가능성
한국 두 곳 모두 승리시 ‘황교안 대세론’ 탄력받아

이해찬과 황교안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무대는 4월 3일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은 되려 민주당 지도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PK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마침 이번 선거지역이 경남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 곳에선 승리해야 선거후에 있을 당 지도부 책임론을 이해찬 대표가 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황교찬 체제 출범 후 첫 선거를 치루는 한국당에서도 두 곳 모두에서 승리할 경우 ‘황교안 대세론’이 추진력을 받을 수 있어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황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를 4·3 재보궐 선거를 살펴본다.

이해찬(왼쪽) 민주당 대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사진=뉴시스)
이해찬(왼쪽) 민주당 대표, 황교안 한국당 대표. (사진=뉴시스)

링 위에 오른 이해찬·황교안
4·3 재보궐 선거의 막이 올랐다. 당초 예상보다 적은 두 곳에서 치러진다.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한국당의 텃밭인 통영시·고성군 지역구다.

자유한국당은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표는 취임 보름 만에 창원을 세 번 방문했다. 황 대표는 11일 선거 지원을 위해 경남 창원 성산에 숙소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올인 모드’다. 황 대표는 “한국당이 반드시 두 곳 모두 승리를 거둬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멈추고 나라를 바로잡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황 대표가 재보궐선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내년 총선 승리의 토대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황교안 대세론’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황 대표가 두 곳 모두에서 승리할 경우 황 대표 체제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당내 차기 대권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한국당 내 줄서기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른바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 권민호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 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권민호·여영국 두 후보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실무협상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투표 용지 인쇄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오는 25일까지 단일화를 한다는 원칙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권민호 후보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영향도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 곳 모두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불거질 ‘이해찬 지도부 책임론’의 후폭풍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범야권은 몰라도 범여권이란 단어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민주당 지도부의 패배의식을 비판했다.

‘2020 총선 리트머스 시험지’ 창원 성산
이번 선거 최대의 관심사는 창원성산 지역구의 승패다. 이 지역은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상당수 거주해 진보성향이 두드러지는 특색을 갖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선 권영길 전 의원과 정의당 故 노회찬 의원을 당선시킨 곳이다. 이 지역은 민주노총의 텃밭인데다 외지인도 많아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창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접전 양상을 나타냈다. 민주당 권민호 후보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당선된 데에는 진보세력의 단일화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진보세력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나눠 선거를 치렀고 결국 패배했다. 두 당의 득표율을 합치면 51%여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 이길 가능성이 컸다.

여기에는 한국당 출신인 권민호 후보에 대한 민주당내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권 후보는 한국당으로 출마해 민선 5·6기 거제시장을 지낸 후 지난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 한 민주당원이 권 후보의 입당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이어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는 분신 시도까지 했다. 진통 끝에 민주당 경남도당은 권 후보의 입당을 승인했다.

‘한국당 텃밭’ 통영시·고성군
경남 통영·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난해 12월 당선무효형이 확정되어 재선거가 열린다. 이곳은 대표적인 한국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보수 강세 지역이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가 생긴 이래 모든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 승리했다. 사실상 민주당이 이기기 힘든 지역이다. 이 전 의원은 여기서 내리 3선을 했고, 20대 총선에서는 무투표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지선에서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모두 승리했다. 강석주 통영시장과 백두현 고성군수가 당선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강석주 시장의 당선은 보수진영의 내분 덕이 컸고, 백두현 군수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닦아와 인물론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압승한 가운데서도 정당 득표율로는 한국당이 4%p 앞섰다. 한국당에서는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정점식 변호사를 후보로 내놨다. 황교안 대표의 총리 재직시절 정 후보는 황 대표의 측근으로 꼽혀 ‘황교안 키즈’라는 별칭을 얻었다.

전국 유일의 무투표 당선이 나올 정도로 한국당의 우세 지역이지만,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김동진 전 통영시장, 서필언 전 행정안전부 1차관이 여론조사 경선 결과에 반발하고 있어 내부 갈등 수습이 급선무인 상태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한국당 정 후보가 고성 출신임을 들어 통영 출신인 양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활 걸린 PK 재보궐
지방선거의 압도적 승리에도 민주당은 좌불안석이다.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과 PK 경제를 지탱하던 자동차, 조선산업이 타격을 받으며 지역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여권 내에서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여론조사에서 PK지역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만약 민주당이 두 곳 모두 패하면 ‘정권심판론’에 직면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승부처라는 PK 지역의 위치 때문이다. 지역구 의석 숫자상 서울·수도권·호남에서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PK에서 상당수의 당선자를 내지 못하면 국회 과반수 확보가 힘들 가능성이 커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전초전’ 성격의 이번 재보궐 선거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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