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일 공범들 중국 도주에도 주범은 국내 남아 ‘미스테리’
범인들, 이씨부모 외출시간·현금 5억·현관문 비밀번호 어떻게 알았나?
이씨 부모 살해 후 시신 창고·아파트 분리한 이유 무엇?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 부모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에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많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을 살펴본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 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 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범은 왜 국내에 남았나?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편의점 앞에서 경찰이 김모(34)씨를 체포하며 이희진씨  부모 살인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초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경호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씨는 이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중국동포 3명과 지난달 18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만났다. 이들 중국동포들은 서울과 인천, 경상도 등에서 거주하며 중국을 오갔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정을 꾸린 이들도 있었다. 김씨는 이들과 모두 3차례 만나 범행을 모의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 51분경 다른 용의자 3명과 함께 이씨 부모의 집에 들어가 이씨 부부를 살해했다. 김씨를 제외한 용의자 3명은 오후 6시10분쯤 현장을 떠났고, 오후 11시51분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靑島)로 도주했다. 이들은 범행 전후 국내에 머물던 가족들도 모두 중국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 하정우씨와 김윤석씨가 주연한 영화 '황해'의 한 장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공범들이 범행 당일 중국으로 도주했음에도 정작 주범격인 김씨가 해외로 도피하지 않은 데 대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살해당한 이씨 모친 황씨의 휴대전화를 갖고 나와 들고 다니며 이씨의 동생 등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오면 자신이 황씨인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을 들어 살인 사실을 숨기려고 남아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살인임에도 단순히 생존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국내에 남아있었다는 추측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이 씨 아버지에게 2천만원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해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돈보다 25배나 많은 5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얻었으면서도 도주 등의 별다른 움직임 없이 국내에 체류했다는 것은 의문이다.

한편 이씨의 동생은 며칠간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어머니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 불안한 마음에 직접 부모의 집에 찾아갔지만,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이씨 동생은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고 카카오톡 연락도 끊기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들, 이씨 부모 관련사항 어떻게 알았나
범인들이 공교롭게도 이씨 부모의 외출 시간에 맞춰 자택에 침입한 것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3시 51분경 김씨는 다른 용의자 3명과 함께 이씨 부모의 집에 들어갔다. 이씨 부부는 약 15분 뒤인 오후 4시 6분쯤 자택으로 들어갔고, 이 자리에서 살해됐다. 이 과정에서 범인들은 자택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황을 놓고 볼 때 누군가 이씨 부모의 행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가 자신의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SNS 갈무리)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가 자신의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SNS 갈무리)

이씨 부모는 이씨 동생을 만나 이희진씨 소유 차량 판매 대금의 일부인 5억원을 받기 위해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씨는 자신이 소유한 20억원대 최고급 ‘슈퍼카’인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자랑한 바 있다.

시신 아파트에 놔둔 이유?
범인들이 이씨 부모를 살해한 후 시신을 두 곳으로 나눈 것도 의문이다. 이씨의 모친은 자택인 안양 아파트의 장롱에, 이씨 부친 시신은 냉장고에 넣어 범행 이튿날 오전 이삿짐센터를 통해 평택의 창고로 옮겼다.

경찰 수사 결과 피의자 김씨가 범행 다음날에도 현장에 남아서 흔적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미국 수사 드라마인 ‘CSI’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DNA 등의 범행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집안을 청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시신을 방치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옮기려면 다 옮겼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김씨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이씨 모친 행세를 하면서 정작 살인의 결정적 증거 그 자체인 시신을 방치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한편 경찰은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안 죽였습니다. 억울합니다”라고 답했다.

이희진씨와 동생 이희문씨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세워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7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약 130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2016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1심에서 이 씨는 징역 5년, 동생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고 항소해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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