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6.5조, 최태원 5.1조, 서정진 4.5조, 정의선 3.1조... 상위 재벌 사익편취 독식
경제개혁연구소, “간접지분 및 비기업집단까지 규제범위를 넓혀 사익편취 막아야”

재벌총수 일가가 계열사 내부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 기회를 가로채는 등의 방법으로 챙긴 돈이 35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ERRI·소장 김우찬 고려대교수)가 5일 펴낸 ‘사익편취 회사를 통한 지배주주일가의 부의증식 보고서’에 따르면, 24개 기업집단의 39개 회사(상장 16개·비상장 23개)를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가 소유한 재산 가치가 35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16년 조사 보고서의 31조원보다 15%이상(4조80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기업 총수 일가 95명(총 141명 중 수익률 10% 미달 등 46명 제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부회장 등이 1~4위를 차지했다. 이들 네 사람이 챙긴 금액만 전체의 50%가 넘는 19조원에 이른다.

단위 : 백만원,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제공)
재벌그룹 일감몰아주기 등에 따른 개인별 부의 증가액  단위 : 백만원,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제공)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사익 편취액은 6조4600억원으로, 삼성물산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2016년 7조3500억원보다 9천억원 가량 줄었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중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에 사 상장 뒤 고가로 처분하는 수법을 썼다.

최태원 회장의 사익 편취액은 5조650억원으로 SK 한 회사를 통해서 이뤄졌다. 최 회장은 1994년 현재 SK의 모태가 된 시스템통합(SI) 업체 SK C&C 주식 액면가 1만원짜리를 주당 400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사익편취 금액도 2016년 4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어났다. 연구소 측은 “SK실트론 역시 회사기회유용으로 볼 여지가 있어 그 경우 액수는 더욱 증가하게 되나 TRS계약의 특성상 최 회장이 직접 보유하는 것으로 공시되지 않아 계산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례적으로 창업주로 포함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사익 편취액은 약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사실상 개인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을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 서 회장이 지분 35%를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대부분 셀트리온을 통해 발생한다. 연구소는 “셀트리온 주주의 부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에게 이전되었기 때문에 사익편취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약 2조5000억원, 이노션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합쳐 3조1000억원의 사익을 편취했다. 최근 업종의 부진으로 인해 증가액이 지난 보고서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이밖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이 각각 2조원,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이 1조원대 사익 편취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들 9사람의 사익 편취액은 전체의 77.8%, 5천억원 이상을 기록한 14명은 전체의 86.6%를 차지해 기업집단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회사별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액은 삼성물산-SK-셀트리온헬스케어-현대글로비스-삼성SDS-H솔루션-두산-CJ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8개사는 지분가치의 상승 중 지배주주 일가가 가져간 금액이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회사들로 이들 회사에서 편취한 금액이 전체 기업집단의 사익편취액의 84.1%를 차지하고 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경제개혁연대의 산하 기관으로 경제개혁연대는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장하성 주중대사 내정자(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몸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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