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직원 접촉 10명중 3명이 공정위 출신 ‘OB’
‘쿠션 청탁’ 막기 위해 훈령 강화... 기자 취재활동 예외

공정위의 ‘전관 사랑’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공정위 직원들과 접촉한 대기업·법무법인 임직원 10명 중 3명이 공정위 출신 ‘전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전관들의 대기업·로펌행은 ‘로비스트’ 임무 수행을 위한 것이란 세간의 통념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지난해 공정위 직원들과 만나거나 통화한 것으로 공식 보고된 대기업 및 법무법인 임직원 10명 중 3명은 공정위 퇴직 후 재취업한 ‘전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해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제정·운영한 결과 공정위 직원들이 1년간 접촉한 보고 대상 외부인은 3881명, 보고 건수는 2344건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는 사건 처리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1월1일부터 소속 직원이 대기업(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과 법무법인(연간 거래액 100억원 이상)의 공정위 관련 업무 담당자 또는 대기업·법무법인에 근무하는 공정위 퇴직자를 만나거나 전화·이메일 등으로 연락했을 때 의무적으로 5일 안에 감사담당관에게 서면 보고하도록 했다.

접촉 사실이 보고된 외부인 중 대기업·법무법인 소속 공정위 퇴직자는 31.1%(1207명)를 차지했다. 퇴직자가 아닌 대기업 임직원은 36.2%(1407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회계사는 29.8%(1155명)였다.

하지만 지난해 공정위와 접촉한 대기업·법무법인 임직원은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사무실 전화, 공직 이메일을 통한 연락은 8월20일 이후에 보고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월까지 월평균 147건이던 월 평균 보고건수는 9월 이후 291건으로 급증했다.

목적별로 보면 자료 제출, 진술 조사 등 공정위가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한 접촉이 1653건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이어 법령질의·행사 등 사건 외 업무(13.6%), 단순 안부 인사(5.0%), 강연 등 외부활동 관련 접촉(4.8%), 경조사·동문회 등 기타 3.4%(8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외부인 접촉의 절반 이상(57.2%)인 1341건은 이들이 청사를 방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전화, 이메일 등 비대면 접촉은 32.8%, 강연장 등 청사 외 다른 장소에서의 접촉은 10.0%였다.
외부인과 접촉한 내부직원 누적 수는 2853명으로, 대기업 관련 사건 처리가 많은 카르텔조사국(17.3%), 기업집단국(14.7%), 시장감시국(13.9%) 소속 직원이 다수였다.

공정위는 “규정 시행 이후 외부인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공정위 퇴직자의 청사 방문이 2016년 784명에서 지난해 285명으로 줄어든 것이 근거다.

‘쿠션청탁’ 막기 위해 훈령 강화
공정위는 향후 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관련 통계를 자주 공개할 계획이다. 우선 ‘즉각 접촉 중단 및 보고’ 대상을 ‘모든 외부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고 대상 외부인이 그렇지 않은 제삼자를 통해 접촉하는 이른바 ‘쿠션 청탁’을 막으려는 조처다.

현행 규정에선 기업이나 로펌에 근무하지 않는 퇴직자(교수 등)나 직원의 친인척, 학교 동문 등은 보고 대상이 아니다 보니 이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건 정보를 캐내려 하거나 청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접촉 중단 대표 사유에 ‘사건 배정 및 담당자 지정 청탁’도 추가했다. 지난해 2월 한 법무법인 소속 전관이 이러한 시도를 하다 적발돼 1년 접촉 금지 조처를 내린 점을 반영했다. 공정위는 이 퇴직자를 포함한 외부인 2명에게 1년간 접촉제한 조치를 내리는 한편, 이들과 접촉한 직원 2명에겐 주의를 줬다.

또한 공정한 사건처리를 저해한 외부인의 공정위 접촉 금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강화했다. 공정위 직원이 보고 의무를 위반하면 1년에 1회는 경고, 2회는 징계라는 원칙을 정했다.

유성욱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이번 강화 방안으로 내부직원과 외부인 간 접촉을 더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건처리에 기여하고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더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새 훈령 발표 뒤 접촉 중단 및 보고 상대방을 모든 외부인으로 확대한다는 조항에 ‘기자의 정당한 취재 활동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달겠다고 알려왔다. 언론 취재 활동을 ‘조사 정보 입수 시도’로 해석하면 취재 활동이 모두 보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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