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반 동안 일부 승소 포함해 89%... 패소 사건 60% 담합
담합 사건 사법부와 판단 엇갈려 “직접 증거 확보” 지적 나와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가 500억원을 넘는 사건의 행정소송 승소율은 절반을 살짝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소송 승소율은 과징금 규모가 클수록 낮아졌다. 법원에서 자진신고 진술이 인정을 잘 받지 못하기 때문인데,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증거를 확보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등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공정위 청사.
세종시 공정위 청사.

공정위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공정거래 행정소송 사건 분석을 통한 업무역량 제고방안 연구’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공정위가 진행했던 행정소송 744건 중 일부 승소를 포함해 평균 승소율은 88.71%에 달했다. 하지만 과징금 규모가 커질수록 승소율은 낮아졌다.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승소율이 94.7%로 가장 높았다. 과징금 규모가 10억원 초과~20억원 이하인 사건은 승소율이 92.7%로 소폭 떨어졌다. 20억원 초과~50억원 이하 사건은 83.6%, 과징금이 500억원을 넘는 사건은 57.1%까지 승소율이 떨어졌다. 큰 사건일수록 업체가 불복하고 제기한 행정소송에 공정위가 맥을 못췄다는 말이다.

공정위가 전체 패소한 183건을 보면, 부당한 공동행위(담합)가 59.0%로 절반을 넘었다. 담합 사건 중 가격을 담합한 사건 패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51.0%로 절반이 넘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사업자 간 가격 정보를 교환한 것을 두고 사법부와 공정위의 판단이 엇갈린 데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공정위는 라면값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2년 농심, 삼양, 오뚜기, 한국야쿠르트에 과징금 1080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사업자 간 가격 정보교환이 상시적으로 이뤄졌고 정보교환을 위한 조직도 존재했다는 점을 들어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이 정황만으로 담합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조 교수는 “공정위가 재판부에 시장 상황과 관행 등을 풍부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진신고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는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증거들을 가급적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포렌식 기법 등을 활용해 자진신고자로부터 직접 증거를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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