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스타필드 점주 자살사건 ‘정조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의 사건이 다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지난해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필드에서 매장을 운영하던 한 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스타필드와 가맹 본사의 365일 연중무휴 정책과 매출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이 공정위에 약관 심사를 요청했다. 공정위의 칼날이 정용진 부회장을 노릴지 주목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지난해 설 직후인 2월 19일,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필드 고양점에서 아동복 브랜드 압소바(해피랜드) 매장을 운영하던 점주 A(50)씨는 매장 재고창고에서 스스로 극단적인 시도를 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졌다. 이는 ‘제발 쉬고 싶다... 연중무휴 쇼핑몰 매니저의 비극’등의 제목으로 방송전파를 타기도 했다.

극단적 선택 부른 중간관리 계약
스타필드 고양점은 지난 2017년 8월 오픈이래 365일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점주에게도 이러한 영업방침을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후 시민사회단체들이 해당 점주가 압소바와 맺은 계약서 및 POS자료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A씨가 100만원 미만의 수익을 거둔 기간이 6개월 중 4개월에 달했다. A씨는 2017년 10월 매출 2379만원을 기록한 후 불과 두 달 만에 매출이 반토막 났다. 하루종일 일하고도 손에 쥔 돈은 한 달 2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에 스타필드와 압소바는 매출의 약 84%를 상품대금, 임대료,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꼬박꼬박 떼어갔다. 결국 1월과 2월에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점주는 사망 직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직원들 인건비를 주지 못할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간관리계약’은 유통업계에서 관행적으로 통용되어온 계약형태다. 독립사업자인 중간관리자(입점점주)가 매출에서 일정한 판매수수료를 대형유통매장(스타필드) 또는 브랜드본사(해피랜드압소바)로부터 지급받는 형태다.

문제는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영업시간과 영업장 관리 등이 사실상 대형유통매장의 결정에 달려있는데도 계약관계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있다.

게다가 점주의 경우 계약상 독립된 사업자이기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되더라도 약정된 비율의 수수료를 꼬박꼬박 떼어가는 반면,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부담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더욱 문제는 해당 중간관리계약서 제26조에서 점주가 정상적인 매장운영을 거부하면 하루 100만원의 배상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점주는 적자를 보면서도 울며겨자 먹기로 쉬지 않고 일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이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도 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히 과중한 금액이어서 약관법 제8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계약서에선 본사의 해지권 완화, 일방적인 판매수수료 지급거절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약관법 등을 위반하는 불공정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점주가 본인의 판단에 따라 영업일수나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거나 스타필드나 해피랜드 본사가 제대로 된 예상매출 정보를 점주에게 제공했다면 점주는 애초에 입점하지 않았거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점주와 압소바가 맺은 중간관리계약서에 따르면, 이러한 조정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본사가 처음부터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예상 매출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유통업체 약관에 ‘불공정’ 칼 댈까
사건 1주년을 맞아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의 의무휴업확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을 심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1일 서울YMCA,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故 A씨의 중간관리계약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점업체 점주를 죽음으로 내몬 중간관리계약서를 이른 시일 내에 철저히 조사해 불공정한 조항들을 시정조치 해줄 것을 공정위에 촉구했다. 또 복합쇼핑몰 출점경쟁을 펼치고 있는 유통재벌들이 입점업체들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고 있는지 전수조사하고, 사각지대인 중간관리형·수수료형 매장의 표준계약서를 신설·의무화해야 한다고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에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대형유통업체는 일정 수익을 거두는 복합쇼핑몰의 수익배분 구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잘못된 구조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른 업종에서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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