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 효과’ 사라지고 ‘막말경쟁’만 남은 한국당 전당대회
과거 발목 극우논쟁에 한국당 지지율 하락... 비박·중도계 우려

자유한국당이 위기다.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도를 넘는 막말 경쟁에‘태극기부대’까지 가세하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컨벤션 효과’로 당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후보자들의 막말 경쟁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둘러싼 과거사 논쟁까지 가세하면서 “당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차례 연 합동연설회는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극우파들이 행사장을 점거하다시피 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극우성향 김진태 후보의 상승세에 당내 비박계와 중도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의 극우적 면모가 부각되면서 중도 민심의 외면을 받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당 전당대회와 그 이후를 전망해본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황교안 전 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선거관리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황교안 전 총리, 박관용 전 국회의장(선거관리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막말 경쟁’ 전락한 한국당 전당대회
한국당의 2·27 전당대회가 구설수에 올랐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후보가 경선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불출마한 후보들은 표면적으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전당대회 연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하지만 여의도에선 “황교안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당대회 분위기에 가장 찬물을 끼얹은 것은 5·18 발언으로 야기된 극우 논란과 각종 막말성 발언이었다. 시작은 지난 8일 당권주자인 김진태 후보가 국회에서 주최한 5·18 토론회였다. 이 자리에서 극우논객 지만원씨와 김순례·이종명 의원 등이 한 5·18민주화운동 모독 망언이 한국당을 극우 논쟁의 늪에 빠트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강경 우파는 합동연설회장을 장악하고 반대 세력에 욕설과 고함을 질렀다.

여기에 다른 후보도 합세했다.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1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민족 반역자로 처단하자”고 말했다. 그는 20일에도 “19대 대선은 원천 무효이고 문재인은 현직 대통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막말 경쟁을 두고 한국당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공격받고 있는데, 이런 발언까지 나오면서 민주당에 공세의 빌미를 줬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 등의 계속되는 강성발언이 한국당 지지층에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당 지지층 대상 당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당초 최약체로 평가되던 김진태 후보가 17.3%로 2위를 차지했다. 오세훈 후보는 15.4%로 3위에 그쳤다. 지도부 선출에 당원투표(70% 반영)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 반영)를 합산하는 점에서 김 후보가 2등을 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당 비상대책위가 5·18 망언에 대한 김진태 후보의 징계를 전대후로 미뤄놓은 것이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후보가 2위를 하고나서 비대위가 ‘출당’ 등의 징계를 할 경우 김 후보가 전대 성적을 명분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태 후보의 약진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이즈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지만 극우 발언으로 지역구인 춘천의 기반은 약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 발목 잡힌 한국당
한국당 안팎에서는 태극기 부대의 ‘실력행사’가 절정에 달했던 18일 대구·경북 연설회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그런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일부 이상한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당에는 충분한 자정능력이 있다”며 간접적으로 공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대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상황이 걱정스럽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당이 어떻게 정권을 되찾을 것이냐가 아니라 과거에 발목을 잡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후보자간 토론회에서 미래지향적인 얘기보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정당성 논란이 새삼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후보조차 탄핵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언했던 것과 달리 “헌재결정은 존중해야 하지만 (재판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과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한 후보는 세 명 중 오세훈 후보뿐이었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가에서는 한국당이 그동안 대선과 지선 등에서 연거푸 패했음에도 제대로 당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성과 청산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문호 정치평론가는 “극우 세몰이로 전당대회에서 표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오히려 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은 중도층 민심을 잡아야 승리하는 내년 총선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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