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낙하산 3명 투하... 노영민 비서실장 비공개 방문 비판
박성택 회장, 임기 말 민주당 출신 채용 부적절 지적 나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현재 회장 출마 예상자는 6명. 김기문 제이에스티나회장·박상희 브레이브브라더스컨텐츠 대표·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이재광 광명전기 대표·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등이다. 회장에 당선되면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이번 회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직 회장 2명이 출마한다. 문재인 캠프 출신 전직 정치인도 출마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회장 선거에 직·간접 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경영자총협회와 함께 경제 주요 5단체 중 하나이다. 중기중앙회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사진=뉴시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깜짝’ 방문했다. 올초 청와대 신년회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었던 것만큼이나 놀랄 이슈였다. 이날 노 실장은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등 회장단과 중소기업인 40여 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업계의 현안을 챙겼다. 이날 방문은 노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이재한 중기중앙회 부회장이 가교역할을 했다고 <연합통신>은 25일 보도했다. 노 실장은 자신의 정계 입문을 이끈 이용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인 이 부회장과도 자주 소통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노 실장의 이날 비공개 중기중앙회 방문과 간담회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 실장의 방문에 가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예비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회장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노 실장이 중기중앙회에 방문했다는 자체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부회장단과 중소기업인들은 회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이기 때문.

김기문·박상희·원재희·이재광·주대철 등 중기중앙회장 후보들은 노 실장의 방문이 간접 불법 선거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상희 후보는 “비서실장의 중앙회 방문은 개인의 정치적 일정이라면 박성택 회장이 정중히 모시면 될 일”이라며 “중앙회 부회장, 이사장님까지 나설 일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날 노 실장을 영접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2월 말로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의 현안과 중소기업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경쟁 후보인 이재한 부회장의 가교로 방문했다는 점에서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기 말 박성택 회장 행보도 도마위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성택 회장의 부적절한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는 2월 28일 26대 회장을 뽑는 선거가 끝나면 임기도 종료된다. 하지만 불과 임기 2~3개월 남겨놓고 현 정권 출신의 인사를 영입했다. 지난해 12월 중기중앙회 신임 상근 부회장에 서승원 더불어민주당 수석 전문위원을 임명한 것이다.

앞서 3월에는 참여정부 출신 정구철 전 국정홍보처 원장이 상임 감사에 선임된다. 6월에는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허완 전 서울 금천구 협치 조정관이 정책협력TF실장으로 임명됐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연이어 주요자리에 민주당 출신들을 앉힌 것이다.

노조는 그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했다. 박철 중기중앙회 노조위원장은 “36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에 한 해에 3명이나 낙하산을 보내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공정위 출신의) 신영선 전 부회장이 재취업 문제로 구속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많은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조차 “2~3개월 후면 중소기업중앙회를 떠날 회장이라면, 차기 회장을 위해 상근 부회장 자리를 비워 뒀어야 했다”며 박 회장의 서승원 부회장의 임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서승원 부회장은 창업벤처국장과 경기지방 중기청장 등을 거치며 30여년간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한 중소기업전문가”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경제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경제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신년회 논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점도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사상 최초로 청와대 신년회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었다. 올해 민생경제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담았다는 해석이다. 이날 대통령은 장소 선정에 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회장 후보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현 정부와 여권이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로 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 최저임금 인상,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주휴수당 등에 대해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덕로 바른중소기업중앙회세우기모임 공동회장은 “중소기업이 바로 서기 위해선 정부에 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을 끊고 내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중소기업중앙회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권과의 결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주휴수당 등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 하지만 그동안 중기중앙회는 정치권과의 유착으로 제 목소리를 못 냈던 것이 사실이다. 2월 28일 회장 선거를 앞둔 중기중앙회에 문 대통령의 신년회와 노영민 비서실장의 비공개 방문은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을 외면한 부적절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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