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향하는 공정위·국세청 칼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번엔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와 ‘기업 저승사자’ 국세청이 동시에 신동빈號 롯데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지난해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취임 3년차를 맞은 김상조 위원장·한승희 국세청장과 한숨 돌린 신동빈 회장의 대결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사진=뉴시스)

롯데마트 겨냥한 공정위 칼날
공정위가 롯데마트가 납품업체에 물류비를 떠넘긴 혐의에 대해 시정 명령과 4000억원대 과징금 부과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백화점·대형마트·인터넷쇼핑몰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감시하는 공정위 유통거래과는 롯데마트가 최근 5년간 300여 개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겨 왔다는 혐의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상정했다.

후행 물류비란 납품업체가 물품을 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부터 마트의 전국 지점까지 배송할 때 드는 비용이다. 납품업체에서 물품을 납품할 경우, 제조업체는 유통업체 물류센터까지 물품을 배송하면서 선행 물류비를 부담하게 된다.

유통업체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물품을 마트까지 배송할 때 발생하는 후행 물류비도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후행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건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말한다. 한 중소 납품업체 대표는 “거래 계약서를 쓸 때 후행 물류비 명목으로 제품 단가를 3~5% 인하해 납품하기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의 이익을 위해 물류센터를 이용하는데, 그 이후 발생한 물류비까지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것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물류센터까지만 배송하고 싶은 납품업체도 무조건 각 지점까지 배송해야 한다. 최종 납품 장소가 각 지점이라면 납품업체가 물류센터에서 마음대로 물건을 빼거나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식적으로도 물류비란 배달하는 곳까지 부담하는 것이지, 배달이후 발생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공정위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심사보고서를 롯데마트 측에 보내 2월 초까지 의견 회신을 요청했다. 이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유통 불공정 관행 근절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식품업체 대표는 “판촉비·판매장려금과 달리 물류비는 무조건 내야 하는 비용이다. 얼마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이 일방적으로 내야 해 말도 못하고 끙끙 앓아 왔던 내용인데 공정위가 처음 건드렸다”고 말했다.

롯데칠성, 비정기 세무조사 받아
롯데그룹에 대한 압박은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가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22일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롯데칠성음료 사옥과 송파구 잠실 본사를 대상으로 직원들을 파견해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서울청 조사4국이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4국은 정기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세무조사로 전담하는 부서다. 통상 기업의 비자금, 횡령, 배임 등 특정 혐의가 있을 때 기획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22일 오전부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정확한 조사 배경과 범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2017년 3월 롯데칠성은 정기세무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에는 세무조사는 비정기조사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에 따르면, 세무조사에는 정기 선정조사와 비정기 선정조사가 있다. 동법 같은조 제3항에서는 비정기선정조사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규정한 비정기조사 사유를 살펴보면 ①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신고, 성실신고확인서의 제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의 작성·교부·제출, 지급명세서의 작성·제출 등의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② 무자료거래, 위장ㆍ가공거래 등 거래 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③ 납세자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 제보가 있는 경우 ④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⑤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하거나 금품제공을 알선한 경우의 5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총력 방어 나선 롯데
롯데는 총력을 다해 방어에 나섰다. 먼저 공정위 과징금에 대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정거래팀을 선임해 방어 논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공정위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없던 과거에는 납품업체가 물류비를 부담해 왔다”며 “물류센터를 만들면서 이용료 개념으로 후행 물류비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업체도 물류센터 이용을 통해 적잖은 혜택을 봐 왔다는 주장이다. 롯데마트 측은 “후행물류비를 받지 않는 대신 납품업체에 전국 지점에 배송하라고 하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만약 마트가 (후행 물류비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물류센터 설립·유지 비용이 현실적으로 상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도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물류비·재고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는 물론 납품업체에도 이익이다. 그런데도 물류센터가 오로지 유통업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의 최종 처분과 과징금 규모는 제재 결과가 확정되기까지 예단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이르면 3월 전원회의에서 최종심결(법원의 판결에 해당)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가 산정한 ‘4000억원’ 이란 단일 유통업체 역대 최대 과징금의 파장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공정위가 겨눈 ‘후행 물류비’관행이 롯데마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공정위는 롯데 외에 이마트·홈플러스 등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에선 다른 유통업체까지 같은 혐의가 적용될 경우 과징금 액수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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