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셀프 인증’에 책임은 ‘나몰라라’... 美·獨보다 약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국내에 2003년 도입된 ‘자동차 자기인증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리콜 차량이 사상 최고치인 282만 대를 넘어서며 제도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벌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속되는 조작 적발과 사고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차량 연비를 부풀리고 배출가스 기준을 준수하는 것처럼 광고한 한국닛산과 모회사인 닛산본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닛산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의 허위인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토부의 ‘자기인증 적합 조사’에서도 현대기아차, 한국GM, BMW, 벤츠, 푸조, 재규어 등이 인증 부적합으로 적발돼 리콜명령을 받았다.

환경부가 인증을 담당하는 배출가스와 소음 부문에 대해서도 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은 환경부에 제출하는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디젤게이트’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10일 법원은 BMW코리아가 2011년부터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인증을 받은 차량 2만9000여 대를 수입한 혐의로 직원 3명을 법정 구속하고 벌금 145억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엔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벤츠 코리아에도 28억 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정부의 ‘운행 중지 명령’까지 받은 BMW 520d.
지난해 정부의 ‘운행 중지 명령’까지 받은 BMW 520d.

이밖에도 BMW는 간판모델 520d가 주행 중 화재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계속되는 사고에 결국 정부는 사상 초유의 ‘운행 중지 명령’까지 내렸다. 이에 BMW코리아는 1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을 했지만 리콜 받은 차에서도 불이 난 사례가 나와 논란은 커지고 있다.

美 천문학적 벌금 vs 우리는 ‘솜방망이’ 처벌
‘자동차 자기인증제’는 기업이 스스로 자동차의 안전성을 인증하고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도입됐다. 2003년 이전까지 자동차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증하는 ‘형식승인 제도’를 통과해야 했는데, 인증이 늦어질 경우 판매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일정 규모의 성능시험 시설을 갖춘 기업은 스스로 인증을 해 차량을 팔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줬다. 문제는 조작이 계속해 드러나는 데다, 적발될 경우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자기인증제’는 미국에서 먼저 도입한 제도다. 미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허위 인증 등으로 소비자에 피해가 갈 경우 천문학적인 처벌을 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미국 고속도로안전교통국(NHTSA)은 점화스위치 문제를 늑장 신고한 GM에 3500만(약 395억원)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어 2015년에는 ‘다카타 에어백’과 관련해 안전과 관련된 잠재적 문제를 통보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혼다자동차에 3500만 달러씩 총 7천만달러(790억원)의 벌금을 매겼다.

이어 2017년 미국 법원은 ‘디젤 차량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해 폭스바겐에 우리돈 3조원이 넘는 28억달러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했다. 이밖에도 폭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배상금으로 우리 돈 17조9000억원을 물기로 결정된 상태다. 독일도 ‘디젤 스캔들’과 관련해 폭스바겐에 10억유로(약 1조283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미국과 독일 등에서 기업이 인증 조작 엄두를 못내는 이유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처벌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같은 배기가스 조작 건으로 폭스바겐에 물린 벌금은 독일의 90분의 1, 미국의 2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과징금 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판을 의식한 정부는 지난해 말 과징금 요율을 상향하고 신차가격 환불명령과 중고차 재매입명령을 신설했다. 또한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자기인증 제도 개선과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정부의 사후 검사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인증시 시험평가 항목을 늘리고, 미국처럼 정부의 자기인증 적합조사 관련 전문 인력을 늘리고 시험차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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