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제멋대로 지급·부당특약·계약서 미지급... 검찰 고발도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이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사내하청업체들에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에 계약서 미지급에 악성조항까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은 27개 하청업체에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제조를 위탁하면서, 계약서 총 1817건을 하청업체가 작업을 착수하기 전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작업을 시작한 후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정·추가공사에 대해서는 ‘선작업·후계약’ 원칙을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하청업체는 작업수량이나 대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정·추가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작업이 끝난 후에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정산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서면을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미 끝난 작업에 대한 견적의뢰서 및 계약서를 사후에 만들면서 계약 날짜와 기간을 허위로 기재한 사례들도 다수 적발됐다. 이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를 발급하도록 규정한 하도급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 계약서면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의 전제조건임을 감안할 때, 대우조선해양의 의도적인 서면 미발급 행위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계약서에 수정·추가 작업이 생기더라도 총 금액의 3% 이내라면 본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보아 차액을 정산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설정했다. 이는 하청업체에 3% 이내라면 무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하청업체가 법인인 경우, 계약이행보증·하자보수보증 명목의 공탁금과는 별도로 하청업체의 대표이사 개인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조항도 계약서에 넣었다.

이러한 행위는 하도급법 제3조의4에서 정한 하청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한 특약 설정을 금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하도급 대금도 제멋대로 결정
수정·추가 작업에 대해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낮은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정·추가공사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수 산출을 위해 요구되는 공종별 표준원단위(품셈표)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품셈표가 없으면 기성시수가 실제 작업물량과 상관없이 임의로 결정될 수 있다.

여기서 시수(時數, MAN-HOUR)란  작업 물량을 노동 시간 단위로 변환한 것으로, 수량에 일정한 품셈(한단위 수량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기준 시간)을 곱하여 정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실제 작업량과 상관없이 예산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기성을 지급했다. 하청업체는 대가로 받는 기성금이 어떤 근거에 의해 산출된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결국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하청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대우조선해양이 임의로 작성한 정산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하청업체에 알려질 경우 소송 등 법적 문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러한 내용은 대우조선해양 내부문서에 반복해서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3년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을 제재했다가 ‘하도급 대금에 대해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종배 공정위 부산사무소장은 “이번에 수정·추가공사에 한정해 부당대금 결정행위를 보았다”며 “대우조선해양 내부 문서에서도 반복적으로 ‘수정·추가공사에 대해서 합의 없이 결정했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명백하게 합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본 공사의 경우 보통 작업시간의 70% 이상 기성시수로 인정된 것과 달리, 수정·추가공사를 위해 실제로 투입한 작업시간 중 인정된 비율은 평균 20%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5호의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로서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에 해당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업체들은 대부분 대우조선해양에 100% 의존하면서 매월 기성을 받아야만 직원 임금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하도급업체들의 열악한 지위를 철저하게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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