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대변인실 “67명 참여” 주장... 도의회 “사실무근, 이 지사에 엄중 경고”
도의회 ‘명의도용’ 의혹 제기... ‘제2의 박스떼기’ 논란

경기도의회가 일부 도의원들이 이른바 ‘이재명 구하기’ 서명작업에 나섰다는 내용을 언론에 전달한 경기도를 향해 경고했다. 경기도 대변인실이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검경의 수사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에 도의원 67명이 참여했다고 언론에 알리자 도의회 민주당 지도부가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한 것이다.

‘친형 강제입원’과 ‘혜경궁 김씨’ 의혹 등으로 이재명 지사가 기소 위기에 놓인 가운데 도의회는 ‘명의도용’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가 과거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정동영 후보 팬클럽 회장을 지내며 연루됐다는 ‘박스떼기 사건의 재현’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지도부. (사진=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의회 민주당 지도부. (사진=경기도의회 제공)

민주당 90% 도의회, ‘부글부글’
30일 오후 경기도의회 송한준 의장(민주당·안산1)과 민주당 염종현 대표의원(부천1) 등 대표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67명이 검찰의 망신주기 수사를 비난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실체를 확인할 수 없이 만들어진 보도이며, 집행부 대변인실에서 제공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대표단은 “핵심 측근들과 일부 의원들을 향해 '이재명 지사 수사관련 성명서 서명'을 유도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제공한 이재명 지사 핵심 측근들의 행태에 도의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송 의장은 “서명작업을 벌인 모 의원이 성명서를 그쪽에서 받았다고 했다”며 성명서 대필 의혹도 제기했다. 그쪽은 이 지사 측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들이 서명작업을 벌인 것이고 67명이라는 인원도 그들에게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명서 대필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A 의원은 “성명서는 내가 만들었다. 송 의장과 성명서를 누가 작성했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28~29일 이 지사와 같은 대학 출신의 A 도의원 등 3명이 동료 의원들에게 이 지사 구명과 관련한 성명서를 작성, 서명을 받고 카카오톡 메시지도 발송해 서명을 요청했다. 도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도의원의 47%에 달하는 '67명의 도의원이 서명했다'는 내용을 도 출입기자단에게 전달한 바 있다. 67명은 전체 도의원(142명)의 47%, 민주당 소속 의원(135명)의 절반이다.

‘명의도용 박스떼기’ 시즌2?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시 정동영 후보 측이 선거인단 명부를 박스채로 여기저기서 떼서 실어나르다 손학규 후보 측에 의해 적발돼 ‘박스떼기 경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 후보 측은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까지 도용해 큰 논란이 일어났다.

손학규 후보 측이었던 정봉주 전 의원은 부산에서 있던 차떼기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급습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동영 후보측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전 의원과 정동영 캠프 소속으로 정 후보 팬클럽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 회장이었던 이재명 지사가 말씨름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몇 년 뒤 정 전 의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그거야 그때 잘못 한거지”라고 대답하며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기소 따른 도의회 향후 대응 주목
도의회 민주당 대표단은 A 의원 등이 이틀 사이 서명을 받은 도의원은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이것이 이재명 지사가 말한 협치인가”라며 “경기도의회를 철저치 무시하고 분열시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염 대표는 “교섭단체 차원에서 찬반식 내부갈등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며 “의회를 흠집내고 분열시킨데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지사 관련 수사에 대해 중앙당의 결정과 검찰의 기소여부를 지켜보고 무겁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기소에 따른 도의회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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