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號 공정위, 1년 동안 치킨집만 잡았다”
“김상조號 공정위, 1년 동안 치킨집만 잡았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8.11.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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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 인터뷰
“공정위가 ‘잘못하면 혼난다’는 강한 메시지 시장에 줘야”

‘김상조號’ 공정위가 흔들리고 있다. 취임 1년 6개월이 지났는데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정거래회복국민운동본부(이하 공정운동본부)’가 출범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의 파수꾼이 아니라 대기업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는 게 발족 이유다. 공정위를 명예퇴직(서기관)하고 공정운동본부에 뛰어든 이상협 사무처장을 만났다. 그를 통해 ‘김상조호’ 공정위의 속살을 살펴본다.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정거래회복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이상협 공정운동본부 사무처장.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공정거래회복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이상협 공정운동본부 사무처장.

- 공정위를 퇴직하고 공정운동본부에 가입하시게 된 계기는. 공정위 전직 서기관이시면 ‘로펌’의 러브콜도 많았을 텐데.
▲ 세종시에 근무하면서 출퇴근에 5시간이 걸렸다. 너무 힘들어서 정년을 1년 남기고 명예퇴직 했다. (로펌) 여러 곳에서 제의가 왔었지만 쉬고 싶었다. 퇴직하고 쉬는 도중 우연한 기회에 이선근 공정운동본부 대표와 만남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피해자들을 만나서 상담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 두건 씩 검토하다 결국 참여하게 됐다.(웃음)

- 공정본부의 구성과 하는 일은.
▲ 아직은 조직을 구성하는 중이다. 메일이나 직접 상담을 통해 피해자들을 만난다. (공정위 재직시절 얻은) 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주로 상담 업무를 담당한다.

- 공정본부 설립 후 다루고 하는 사안은.
▲ 한진중공업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하도급법상 부당단가 인하 사건이다. 신고인에 따르면 첫 번째 현장의 대금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두 번째 현장의 공사를 주는 식으로 다음 공사 하도급을 미끼로 5개 현장 일을 하도급 주면서 완전한 대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 김상조 위원장 취임 1년 6개월이 지났다. 김상조 호 공정위의 지금까지 공과(功過)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
▲ 김 위원장 취임 초기에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실무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면서 1년 반이 지나도록 치킨집만 잡고 후속 조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재벌대기업의 하도급 갑질이다. 예를 들면 현대차의 부품업체들은 ‘약정CR(최저가 경쟁입찰로 하청업체와 계약 후에도 일정 기간에 걸쳐 단가를 후려치는 약정 조건)’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명백한 하도급법(제4조 2항 7호) 위반임에도 공정위의 별다른 조치가 없다. 이를 보고 김 위원장의 의지가 없다고 느껴졌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번 국감에서도 써준 답변을 읽기만 했다. 고위직에 휘둘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 김상조 위원장이 고위직에 휘둘린다고 보나.
▲ 지난 공정위 국감시 김 위원장 답변에서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은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혀 상관없는 것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간부들이 써주는 대로 읽은 것에 불과하다. 의원들의 지적에 “시정하겠다”고 하는 게 김 위원장이 보일 올바른 자세였다고 본다.

- 최근 유선주 국장과 김 위원장이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등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 공정위 근무시 유 국장과는 업무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어 잘 모른다. 하지만 30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직무배제 명령은 첨 들어본다. 부하 직원들이 갑질 청원서를 낸 것도 30년 공직 생활에서 처음 보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윗사람에 대해서 술자리에서 말할 수는 있지만(웃음), 감사관실을 통하는 등 이런 일은 극히 이례적이고 놀랍다.(기자 주: 이 사무처장은 놀랍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 지철호 부위원장도 유선주 국장처럼 직무배제 됐는데.
▲ 지 부위원장은 검찰에 기소된 상태라 유 국장 사안과는 다르다. 직위해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직위해제할 사람을 직무배제하고 직무배제 안 할 사람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본다.

- 공정운동본부 창립식에서 동반성장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한 이유는.
▲ ‘동반성장프로그램’ 우수업체는 하도급 직권조사를 면제시켜 준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협력사의 사적인 협정이다. 사적인 협정을 공적인 부분으로 끌고 와 대기업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맞지 않다. (공정위) 안에서도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10년 간 최우수 업체라는 것도 말이 안된다.

- 신고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대기업 조사 제재비율’이 너무 낮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있다.
▲ 공정위 근무시절 서울사무소에서 5년 동안 신고 사건을 다뤘다. 하도급 관련 신고사건 중 60% 이상이 하도급법 위반이었다. 99%가 합의로 끝난다. 대기업들이 제재를 피하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국감에서 성일종·지상욱 의원이 하도급법 관련 심의종료 의혹을 제기했다. 합의하면 심의종료로 끝날 수 있지만 합의로 끝난 것 같지 않다.

- 솜방망이 처벌이 혹시 퇴직후 대기업·로펌 이직을 기대하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가.
▲ 그렇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 최근 주한미군에 납품하는 유류가격을 담합하던 대기업들(SK에너지·GS칼텍스·한진)이 美 법무부에 적발됐다. 벌금과 배상액을 합쳐 2억3600만달러, 우리돈 약 2600억원이 넘는다. 해당 기업들은 성실히 납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제재에 행정심판·행정소송 등으로 몇 년씩 질질 끄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 공정거래법에서 부당 단가 인하 등에 대해 3배수 벌금 부과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법집행을 제대로 안한다.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3배수 벌금을 매기지 않으면, 결국 법원은 공정위가 제출한 심사보고서를 기반으로 판결하니 벌금이 크지 않다. 법집행을 제대로 안한 것이다. 공정위가 시장에 ‘잘못하면 혼난다’는 강한 메시지를 줘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 지금 맡고 있는 사건들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억울한 피해자가 있으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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