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조기사퇴설... 靑·친문 갈등설 ‘내막’
親文 침묵에 대신 나선 非文... “이재명 결단해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기다. 대표 취임 3달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 잇따른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일각에선 조기사퇴설과 ‘건강 이상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름을 부었다. 이 대표는 6·13 지방선거에서 “이재명은 민주당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에 부정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사퇴촉구로 이어지고 있다. 친문 성향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이 대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내 최다선 의원이다. 그동안 이 대표의 ‘상왕 정치’가 친문과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제어되지 않는 권력인 이 대표를 제거하자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투쟁을 분석한다.

지난 9월 1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월 1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찬, “이재명 지켜봐야” 입장 고수
민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민주당 최다선 의원인 이해찬 대표에 대해 내부 비토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혜경궁 김씨’사건이 단초가 됐다.

이해찬 대표는 23일 ‘혜경궁 김씨’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지사 사건과 관련해 “정무적인 판단을 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우리가 잘 모른다”면서 “언론에 보도된 것도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게 있고 혼동돼 있다. 사건의 수사 과정과 검찰송치 후 검찰의 공소 과정, 법원의 재판과정 등을 보고 우리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사안이 좀 확인이 돼야 당에서 절차를 밟을 수 있지 현재 상태에서는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지사에 대한 당의 조치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비교해 유독 신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안희정 전 지사는 그날 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었으니깐 당에서 징계 절차를 밟았던 것”이라며 “김경수 경남지사나 이 지사는 본인이 다 부인하고 있다. 당의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5일 저녁 8시에 안 전 지사의 전 비서인 김지은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미투’ 폭로를 했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긴급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고 폭로 두 시간 만에 안 전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안 전 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린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사건의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 일각에서 제기된 이 지사의 자진 사퇴설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는 이 지사와 관련된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지난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는 우리 당의 자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내 대선주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선 이벤트가 풍부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지사를 감싸는 듯한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역풍이 불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다 더해 이 지사를 지키는 이 대표까지 싸잡아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표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대표는 대표 당선 이후 갖은 사고로 구설수에 올랐다. 대통령 평양 방북시 노쇼사건, 교황 방북 사전누출, 필리핀 비하 발언 등 각종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 그 때마다 갖은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당당했다. 오히려 당 안팎에서 공격하는 사람들이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모양새였다.

이 대표 퇴진론 제기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의 퇴진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자진해서 당 대표직에서 내려놓게 하기 위해선 ‘메가톤급 폭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그런 카드나 폭탄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는 자신의 SNS에 “어떤 민주당 의원을 만났는데, 이 지사에 대해 정말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심한 말들을 퍼부어 깜짝 놀랐다”며 “그만큼 민주당내 분위기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서도 “이 지사가 자산이 아니라 악성부채임이 밝혀졌다”며 이 지사를 옹호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 대표의 행보는 이러한 비판에 기름을 붓고 있다. 20일 자신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만찬을 가졌다. 이 부지사 측은 “이재명 지사와 상관없는 모임”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요즘같이 민감한 시점에 오해받을 짓을 사서 하고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화영 부지사는 이해찬 대표에게 30년 가까운 정치적 동지로 자타가 인정하는 최측근”이라며 “이런 이 부지사가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부터 이 지사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으니 서로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침묵하는 친문... 대신 나선 非文·중도
당 뿐만 아니라 친문 일각에서조차 이 지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층에서는 “더 이상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부담주는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 지사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재명 지사와 이를 감싸면서 본인도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이해찬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 지사와 이 대표로 대표되는 당내 기득권 세력을 척결해야 국민들이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어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보장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다른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고, 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지금 이 대표가 할 일은 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단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침묵하는 친문 의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친문의 침묵에 대해 여의도에서는 “친문이 본격적으로 이 지사와 이 대표를 공격하게 될 경우 보수 언론과 야당이 ‘친문 vs 반문 프레임’을 작동시켜 당 내분을 더욱 조장할게 뻔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친문의원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비문이나 중도 성향 의원들이 이 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9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당에 상처가 될 것”이라며 “이해찬 대표에 대해서도 어느 입장이든 좀 적극적으로 나와달라는 목소리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당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내가 이 지사라면 ‘경찰의 판단을 존중한다. 만약 혜경궁 김씨가 내 아내라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탈당이나 지사직 사퇴 등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발언했다.

25일 밤 jtbc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도 “친문과 비문의 싸움이 아닌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재명 지사에 대해 발언한 세 의원은 모두 비문이나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이재명지사 지지를 선언한 비문 중진 의원이고, 안민석 의원과 이철희 의원은 당내 중도계로 분류된다.

퇴진론이 힘을 얻을 경우, 이 대표가 ‘민주통합당 시즌2’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2012년 6월 당시 민주통합당 당대표로 선출됐다.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총사퇴론’이 불거지자 대표 취임 5달여 만에 사퇴했다. 이러한 아픈 과거를 이 대표가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순욱 Newbc 보도부문 대표는 자신의 SNS에“주권자들이 명령한 적폐 청산에는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좌적폐·우적폐 모두 청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촛불혁명 정신이고 제대로 된 적폐청산”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심없는’ 정치인이 된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인생을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정치경력과 지지자들의 신뢰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단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당과 권리당원 등 '반이재명' 측의 반격이 이 대표의 행보를 바꿀 가능성은 매우 적다. 오히려 맷집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가 친문 초·재선 의원들의 공격에는 꼼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권을 쥔 이 대표가 오히려 권력을 휘두를 경우 추풍낙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쥐고 있는 것은 이 대표다. 이 대표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런 이유에서 친문들이 섣불리 대적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자진 사퇴론은 ‘찻잔 속 태풍’으로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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