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전 취득·인적분할·현물출자 악용 ‘마술’
공정위, SK·LG 등 12개 지주사 전환 분석... 지주사 자회사 의무지분율 강화 법개정 추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재벌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을 이용해, 분할 뒤 취득한 사업자회사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현물출자)하면서 총수일가 지분을 집중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주회사 현황을 공개했다. 올해 9월말 기준 173개 지주회사와 소속 자·손자·증손회사 186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가운데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전환집단)을 분석한 결과, 소속 22개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의 평균 지분율은 28.2%,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44.8%에 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지 1년이 경과한 19개 재벌의 지주회사 가운데 12개(63%)가 인적분할 및 현물출자를 실시했다. 이들 중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방식을 이용한 지주회사의 경우 분할 전에 비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2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업회사에 대한 지주회사 지분율도 분할 직후 대비 약 2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해당 재벌은 SK·LG·한진칼·CJ·코오롱·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한라홀딩스·아모레퍼시픽그룹·한진중공업홀딩스·하이트진로홀딩스·한솔홀딩스·현대중공업지주 등이다

박기흥 공정위 기업집단국 지주회사과장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분할 후 취득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으로 교환(현물출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그룹의 경우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총수일가 지분이 이전의 16.9%에서 50.1%로 3배나 늘어났다.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도 19.6%에서 36.5%까지 올랐다.

(자료=공정위 제공)
(자료=공정위 제공)

한진중공업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직전 자사주(19.6%) 취득 후, 한진중공업을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신설 한진중공업(사업자회사)으로 인적분할하면서 두 회사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한 총수일가가 보유한 한진중공업 주식을 한진중공업홀딩스 주식으로 바꾸는 현물출자를 활용했다. 총수일가→한진중공업홀딩스→한진중공업→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지주회사 전환집단은 일반그룹에 비해 소유와 지배 간 괴리도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전환집단의 평균 소유-지배괴리도(의결지분율에서 소유지분율을 뺸 값)는 42.65%p로 일반집단의 평균치 33.08%p에 비해 1.3배 정도 높았다. 소유-지배괴리도는 실제 출자 지분 대비 의결권을 나타내는 지표다. 평균 의결권승수(총수 현금 투입지분 대비 실제 지배력 행사지분)도 3.79배로 일반집단의 2.63배를 웃돌았다.

또 일반지주회사 전환집단은 113개의 계열회사를 총수일가 등이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었다. 이중 절반인 46개(41%)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 18개를 포함하면 총 64개(57%)에 달한다.

46개사 중 지주회사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7개였고, 그 중 4개는 총수 2세의 지분이 20% 이상이었다. 총수 2세가 체제 밖 계열회사를 통해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하림·한국타이어·세아·하이트진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개정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까다롭게 하기 위해 지주회사가 새로 편입하는 자·손자회사의 의무 지분율을 현행 20%(비상장사는 40%)에서 30%(비상장사는 50%)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법무부에서 상법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며 “현재 자사주에 대해 신주 취득권리를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몇몇 의원입법이 진행되고 있는데, 공정위도 국회 논의 과정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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