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원 4명 중 1명은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됐음에도 업무역량, 전문성과 무관하게 정치적 성향 등에 따른 ‘낙하산’ 인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내 공기업 35개와 산하 자회사 12개 등 모두 47개 기관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임원(기관장·감사·비상임 이사·비상임 감사) 316명 가운데 118명(37%)이 관료(75명)나 정계(43명)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에 이바지한 공로로 임명됐다는 비판하는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인사’가 총 75명으로, 조사 대상의 24%를 차지했다.

정계와 관료 출신이 아닌 나머지 임원들의 출신은 재계가 46명(15%)으로 가장 많았고, 공공기관 42명(13%), 학계 36명(11%), 법조계 17명(5%), 세무회계 13명(4%), 언론계 9명(3%) 등 이었다.

직책별로는 기관장 42명(5개 기관은 공석) 가운데 관료와 정계 출신이 각각 14명(33%)과 3명(7%)였고, 9명이 ‘캠코더인사’로 분류됐다.

실제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각각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의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과 부본부장을 지냈다. 강귀섭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 보좌관과 인천 부평구청 비서실장 출신이다.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으며,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 조직으로 임종석 현 비서실장이 수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속칭 ‘광흥창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유태열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참여정부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4월 퇴직경찰 553명과 함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임성규 주택관리공단 사장은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 복지국가위원회 공동위원장, 남기찬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문재인 캠프 동북아해양수도 추진위원회 공동정책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감사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기관 가운데 ‘캠코더인사’가 가장 많이 배치된 곳은 한전과 자회사들로 모두 5명이었다.

이정희 한전 감사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으로 알려진 ‘포럼광주’를 이끌었다. 문태룡 한전KPS 감사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기획위원장을 지내고 2012년 대선당시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이오석 한잔KDN 감사는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상무위원, 김명경 한전원자력연료 감사는 민주당 대전광역시당 20대 총선 기획단장을 지냈다.

허정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감사는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 미디어특보였으며, 박재혁 주택관리공단 감사는 문재인 후보 경남선거대책위 본부장을 지냈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총 194명 중 관료가 39명(20%), 정계가 29명(15%)다. 이 가운데 ‘캠코더’로 분류되는 인사는 총 45명(23%)다.

CEO스코어는 “공직자의 유착,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2015년 시행됐으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는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