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원순 구하기’ 나선 내막

더불어민주당이 위험하다. 경제 위기론이 여권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 북핵 해결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국민들은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무슨 남북통일이냐”는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 큰 것 한방이면 정부와 여권의 지지율도 나가떨어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채용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의 유력 잠룡 박원순 서울시장 책임론이 불거졌다. 여권에선 급한 불이 된 ‘박원순 일병구하기’에 나섰다. 야권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선 빅딜이 가능한 카드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야권의 아킬레스건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현재 수사를 받고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카드 사용에 나섰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내놨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감에 대형 이슈가 생겼다. △사립 유치원 비리 △공기업 채용 비리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기재부 산하 재정정보원 자료 유출 등이다. 국민적 관심 이슈는 사립 유치원 비리가 선점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슈는 여권의 유력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한방 먹일 수 있는 카드인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이다.

야당은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이번 사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원칙까지 훼손되어선 안된다며 방어전을 펼쳤다.

국회 행안위 소속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108명이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직원의 자녀를 비롯해 형제와 남매, 배우자, 부모는 물론 며느리와 형수·제수·매부도 있었다. 이에 한국당은 이를‘문재인 정부 권력형 채용비리’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총력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채용비리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건드리고 있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친인척 채용비리가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며 “(노조가) 노사간 여러 협상과정에서 물리력 행사 등 너무 많은 압력으로 지금의 문제가 일어났다”고 서울시와 노조를 향해 동시에 날을 세웠다.

(왼쪽)박원순 서울시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왼쪽)박원순 서울시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반격 나선 민주당
야당의 타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유력한 여당 차기 대권주자인 박 시장에게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맞바꿀 카드를 내놨다. 양승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고 사법농단과 관련된 법관들을 탄핵할 수 있도록 야당에 요청하겠다는 전략이다. 사법농단 처리를 적폐청산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는 민주당이 이를 야당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11월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서로 원하는 패들을 교환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농단과 관련 없는 법관들로 이뤄진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을 탄핵소추 해야 한다”며 “동의하는 야당과 특별재판부(구성)와 탄핵소추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농단 연루자에게 재판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법농단 문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재판해서 해결해야 할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사법농단의 엄단을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적폐 청산의 큰 줄기라고 본다. 사법농단에 대해 반드시 짚고 가야 하는데 정권 중반기로 들어가는 현 시점에서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사건에 연루된 주요 법관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가 법원에 의해 잇따라 기각되자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사법농단 국정조사 추진도 고려했다. 하지만 일단은 법원 내에 독립적인 재판조직을 구성해 이를 처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법안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8월 발의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법이다. 이를 통해 기존 법원 조직과 다른 특별한 절차를 통해 영장전담법관과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내용이다.

여야 공세 속 빅딜?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박 시장에 날을 세웠다. 그는 “부시장이나 직원들을 내세워 변명하지 말고 당당히 국정조사에 임해 진실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민주당은 오해가 많다며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홍 원내대표는 “상당수는 사실관계가 잘못되거나 확대돼서 알려진 내용이 많다”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기존 한국당 주장의 허점을 ‘팩트체크’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 전환한 1285명 중 현재까지 파악된 사람 108명이죠?”, “전 직원 중 11.2%가 친인척이라고 한 걸 가지고 유민봉 의원실이 말귀를 못 알아들은거죠?”, “조사 응답률을 11.2% 했다가 번복했다고 김용태 의원이 그랬는데 사실 아니죠?”라고 물었고, 윤준병 서울 제1부시장은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용세습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수용 불가 방침을 내릴 경우, 오히려 ‘고용세습을 감싸려 한다’는 비난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고용세습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하게 밀고 나가면서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캐스팅보트 쥔 野 3당
거대 여야의 빅딜 성사여부를 지켜보는 야 3당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현재 상황은 민주당에 다소 불리하다. 일단 야 4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모두 서울교통공사 채용 의혹으로 불거진 ‘고용세습’ 논란에 대해 국정조사 추진을 주장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일단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법을 꺼내 들었지만 자유한국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사법농단에 대해 박근혜정부 당시 집권당인 한국당은 “정치 보복성 적폐 청산”이라고 주장해 왔다. 물밑 협상 끝에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이 찬성하며 급물살을 탔다. 한국당은 “당론을 모으는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 야3당이 특별재판부와 채용세습 모두 발을 담근 속내는 비슷하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자칫 목소리를 잃기 쉬운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내겠다는 것. 특히 바른미래당의 경우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 당협위원장 모집이 저조한 이유로 “한국당에 들어가려고 눈치보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다.

민주평화당도 같은 배에서 나온 더불어민주당에 한편으로는 협조하면서 한편으로 견제하는 모양새로 차후 있을지도 모르는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비하는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정의당도 진보정당 사상 최초로 심상정 의원이 국회 위원장을 맡아 기세가 등등해진 상태다. 여기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쥐어 기세를 이어나가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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