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실태' 설문조사서 검사 42.9%, 변호사 75.8% "전관예우 있다" 응답
판사는 23.2% '그렇다' 답해…


대한민국 사회에 전관예우(前官禮遇)가 심각하다. 전관예우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법원ㆍ 검찰, 변호사업계 등에서 일하는 법조직역종사자 55.1%가 사법절차에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의 비율이 41.9%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법원행정처(처장 안철상 대법관)는 24일 이같은 내용의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조사 결과보고서'가 대법원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가 25일 고려대 산학협력단ㆍ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전관예우 실태 조사(6.20-10.1. 국민 1014명+법조직종사사1391명)' 결과,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은 법조직역종사자가 55.1%로 일반국민 41.9%보다 훨씬 많았다. 

법조직역내에서 전관예우에 대한 견해차가 컸다. 판사를 제외한 검사와 변호사, 법원 공무원, 검찰 공무원, 변호사사무실 사무원 등은 모두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판사의 경우 23.2%만이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반면 절반이 넘는 54.2%가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22.5%는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검사의 경우 42.9%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검사는 34.9%에 그쳤다. 22.2%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변호사의 경우에는 사법절차에서의 전관예우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변호사 가운데 무려 75.8%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변호사는 14.8%에 그쳤다. 9.4%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변호사사무실 사무원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79.1%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존재하지 않는다(9.8%)'거나 '잘 모르겠다(11.1%)'고 답한 변호사사무실 사무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검찰 공무원의 경우에도 66.5%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했고,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7.6%에 그쳤다. 25.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법원 공무원은 37.7%만이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해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31.2%)'거나 '잘 모르겠다(31.2%)'는 응답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고주의의 존재에 대한 인식 실태도 비슷한 결과나 나왔다.

연고주의는 재판부나 담당 검사 등과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동기 또는 고교나 대학, 로스쿨 동기 또는 선후배 관계에 있으면 일정 정도 사건 처리 방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국민은 36.9%만이 '연고주의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답한 반면 법조직역종사자는 58.4%가 '그렇다'고 답했다.

법조직역종사자들의 경우 앞선 전관예우 관련 조사와 마찬가지로 직역별로 온도차가 극명한 모습을 나타냈다.

'연고주의가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은 변호사(78.5%)와 변호사사무실 사무원(77.1%)이 가장 높았고, 검찰 공무원(64.1%), 검사(42.9%), 법원 공무원(42.5%) 순이었다. 그러나 판사의 경우 '연고주의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39.9%로 '연고주의가 존재한다(33.6%)'고 답했다.

전관예우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사법절차로는 일반 국민과 법조 직역 종사자 모두 '검찰 수사단계'를 꼽았다. 일반 국민의 경우 응답자의 53.9%가 검찰 수사단계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법조직역종사자는 58%의 응답자가 검찰 수사단계에서 전관예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했다.

검찰 수사단계에서 전관 변호사의 구체적인 특혜로는 '구속영장 청구 시기나 자진 출석 시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구속 수사가 돼야 할 것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다'와 '적용법조나 죄명을 좀 더 가벼운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전관예우가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법절차로는 일반 국민과 법조 직역 종사사 모두 '구속관련 재판'과 '경찰 수사단계'를 꼽았다. 전반적으로 재판 절차보다는 수사단계에서 전관예우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일반 국민의 경우 뉴스나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를 통해 전관예우 및 연고주의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 근거를 물었더니 41.2%가 '뉴스에서 봤다'고 답했다. 이어 39.3%가 '영화, 드라마, 풍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되었다'고 답해 주로 대중매체를 통해 전관예우의 존재 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법조직역종사자의 경우에는 과반이 넘는 51.6%가 '실제사건 처리과정에 경험해 보았다'고 답했다. 이어 39.2%가 '주변 경험한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답해 실제 사법절차에서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전관예우 존재 등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예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들은 '법조계 공직자들의 준법의식 부족(99.9%)'을, 법조직역종사자는 '전관예우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브로커들의 활동(99.8%)'이 원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관예우 근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과 법조직역종사자가 큰 인식 차를 보였다. 전관예우 관행의 동향을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 52.7%가 '별로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반면 법조직역종사자는 17.5%만이 이같이 답했다. 오히려 법조직역종사자들은 31.9%가 전관예우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거나 47.5%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답해 전관예우 근절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연구진은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관예우 근절방안으로 △평생법관제가 바람직하나 법원 인사제도 개선에 관한 장기전략이 있어야 하고 △변호사 선임 관련 정보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변호사 중개제도 도입이 필요하며 △전관예우 관련 비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징계를 위해 상대방 빛 시민사회의 상시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고 특히 사건수임 공개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최고위직 법조인의 개업 및 사건 수임에 관해 근본적인 제도 또는 관행을 개선하고 △소송절차장 전관변호사나 연고관계에 있는 변호사의 부당한 변론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분석과 연구 등이 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사법발전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대법원 역시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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