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겨울 핫 아이템, ‘베스트 스타일’ 가이드

포멀한 쓰리피스 슈트와 포근한 니트 베스트는 물론, 재킷에서 당당하게 독립을 선언한 아우터 스타일과 캐주얼한 패딩 조끼까지. 올가을·겨울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베스트 스타일 가이드를 살펴보자.

베스트란 명칭은 17세기 말엽 바로크시대에 처음 사용 되었는데 처음에는 웨이스트코트 웨스킷(weskist)이라 불렀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웨이스트코트(waistcoat),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베스트(vest)라고 부르며 프랑스에서는 질레(gilet)라고 한다. 더블릿의 변형으로 외출 시에는 베스트 위에 쥐스토코르를 입었다. 1760년대 이후 소매가 없어지고, 1780년대 이후 길이가 허리선 아래까지 짧아지며 앞 중심 끝이 각지게 벌어지면서 현대의 형태와 같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단부족, 중앙난방의 보급으로 점차 사라졌다가 현대 패션에서는 캐주얼 베스트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남성복에서 시작되었지만 20세기 초부터 여성복에서도 베스트가 다양한 디자인과 연출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베스트는 보통 블라우스나 스웨터, 셔츠 위에 입거나 투피스나 코트 안에 입는다. 칼라의 유무 및 형태에 따라 노칼라·숄칼라·테일러드 칼라 베스트 등이 있으며, 여밈 형태에 따라 싱글·더블 브레스티드 베스트로 나뉜다.

남성 정장 베스트는 대개 앞 중앙의 단추로 여미는 방식이나 끈으로 여미는 더블릿, 스냅단추나 지퍼로 여미는 다운 베스트와 같이 다양한 여밈 방식이 있다. 미국서부 카우보이들이 입던 웨스턴 베스트, 펑크룩에서 유행하던 잭 베스트는 주로 가죽 소재를 이용하였고, 편직물로 만든 것은 니트 베스트라고 한다.

본래 셔츠와 베스트, 재킷을 갖춘 쓰리피스 수트를 입는 것이 정통 신사복을 입는 에티켓이었다. 요즘은 그 형식을 깨는 일이 많은 이유로 베스트까지 갖춰 입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영화 ‘모던 보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등의 인기에 힘입어 패션계에 클래식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즐겨 입던 이탈리언 피트가 기본인 네오 클래식이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다시 베스트가 관심을 받고 있다.

쓰리피스 정장을 입은 모델. 조끼 맨 아래 단추는 채우지 않는 격식을 따른 것을 볼 수 있다. (사진=폴란티노 옴므)
쓰리피스 수트를 입은 모델. 조끼 맨 아래 단추는 채우지 않는 격식을 따른 것을 볼 수 있다. (사진=폴란티노 옴므)

기존 일자형 라인에서 벗어난 사이드 벤트 방식의 절개법은 남성의 가슴과 허리, 히프 라인을 피트하게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허리를 강조하는 네오 클래식 실루엣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것이 바로 베스트인 것이다.

블랙 셔츠와 더블브레스트 브라운 베스트의 매치는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상을, 넥타이를 매지 않는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와 그레이 베스트의 앙상블은 부드럽고 낭만적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한편 재킷과 같은 소재의 베스트는 댄디한 느낌을, 컬러풀한 니트 베스트는 포근하고 온화한 인상을 준다. 던힐과 페라가모의 남성 컬렉션이 참고할 만하다. 여기에 손목시계 대신 회중시계와 동그란 테 안경을 매치하면 스마트해 보인다. 단, 재킷 앞여밈이 겹치기 때문에 더블브레스트 슈트에는 베스트를 입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조끼는 남자의 옷차림을 우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패션 핫 아이템이다. 조끼를 입을 때 맨 아래 단추는 채우지 않는 것이 격식이며 몸에 꼭 맞게 입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베스트는 클래식한 수트 룩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올겨울 디자이너들은 모피 베스트로 트렌드를 만끽하는 여성처럼, 남성 역시 캐주얼한 패딩과 벌키한 니트 베스트로 트렌드를 강조할 수 있다. 패딩 조끼 안에는 도톰한 니트나 울 소재의 이너웨어를 매치하여도 센스 있어 보인다.

댄디한 느낌을 주는 재킷과 같은 소재의 베스트를 착용한 모델. (사진=레옹 코리아)
댄디한 느낌을 주는 재킷과 같은 소재의 베스트를 착용한 모델. (사진=레옹 코리아)

마치 한 벌로 보이도록 재킷 안에 컬러풀한 니트나 체크 베스트를 입을 때는 타이트한 상의와 대조를 이루는 와이드 팬츠를 매치해 실루엣의 변화를 주고 여기에 컨버스 운동화를 믹스 매치해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이기도 하다.

1970년대 보헤미안 무드와 로큰롤 스타의 펑키 함을 접목한 구찌의 스터드 장식 베스트, 니트 풀오버와 매치한 돌체 앤 가바나의 풍성한 패딩 조끼, 캐시미어 롱 코트 위에 레이어드한 준지의 브이넥 니트 베스트, 뒤쪽에서 여미도록 한 프라다의 변형 스타일 쇼트 베스트까지 선보이고 있다.

셔츠 위, 재킷 안에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용도와 레이어드의 묘미를 살려 베스트를 활용한다면 더욱 다양한 코디를 연출할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 제니안은 구찌오구찌와 에스페리언쟈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하고 현재 폴란티노와 라프시몬스의 수석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패션디자이너 제니안은 구찌오구찌와 에스페리언쟈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하고 현재 폴란티노와 라프시몬스의 수석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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