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1천억 원대 추정... 이희진 검찰 수사 과정 재산 차명으로 빼돌려
초호화 로펌 변호사 앞세워 재판진행... 가압류 취소 공탁금 61억 입금

법은 없다. 박근혜 정부시절 사법부의 사법농단은 대한민국 법의 원칙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입증시키고 남는 사건이다. 만인에 평등해야 할 법은 권력과 돈 앞에서는 쪼그라들었다. '청당동 주식부자' 이희진(32.구속)의 투자사기 사건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대표적 케이스로 회자되고 있다. 증권방송을 통해 피해자 232명에게 비상장사 주식 292억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 여기다 투자판매회사를 설립해 1700억원 상당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130억원을 챙겼고, 원금과 투자수익 보장을 미끼로 240억원을 모은 혐의(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 위반)를 받고 구속됐다. 1심은 징역 5년ㆍ벌금 200억원ㆍ추징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재산이 없다며 '황제 감옥살이'를 하던 이는 초호화 변호인을 내세웠고, 가압류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61억원을 공탁했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부실수사로 이희진이 숨겨둔 재산을 찾지 못했다. 차명계좌까지 철저히 재수사하여 이희진의 숨겨둔 재산을 환수해서 피해자들에게 보상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뉴스>는 건전한 자본시장에 흙탕물을 끼얹은 미꾸라지 이희진 사건의 전말을 분석해 본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가 자신의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씨가 자신의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인터넷 블로그 갈무리)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은 허상 뿐인 가짜였다. 케이블 TV 등의 매체를 통해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증권가 사기꾼이었다. 가짜 정보로 투자자를 현혹시킨뒤 투자금을 가로챈 것이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 관련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지난해 8월 검찰은 이희진과 동생(29.구속)을 250억원의 사기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심규홍)는 지난 4월 26일 이희진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약 130억원을 선고했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희진 형제는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증권방송 등을 통해 피해자 232명을 상대로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총 292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했다. 형제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세워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했다. 매매 시세차익 약 130억원을 챙겼다. 또한 형제는 2016년 2∼8월 원금과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약 240억원을 모은 혐의(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희진 숨겨진 재산 행방 묘연

이희진 형제의 사기사건의 피해액은 1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은 이희진 형제로부터 배상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희진 형제의 재산 대부분이 차명화으로 빼돌려 졌거나, 무기명 채권으로 감춰두었을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을 구속한 뒤, 이희진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건물 등 부동산, 고가 외제차(부가티, 람보르기니, 벤츠), 계좌 예금 등을 추징 보전했다.

외부에 알려진 압류 재산은 300억 원대. 하지만 검찰의 압류 전에 이희진의 재산(청담동 6층 빌딩)에는 다른 압류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압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추징 보전한 이씨 재산을 따져보니 사실상 10여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검찰의 수사 미흡을 강조했다. 이희진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재산을 정리하여 현금화하거나 무기명 채권으로 바꿔 감춰두었다는 주장이다..

‘이희진 피해자모임’ 박 모 대표는 “이희진이 동생을 통해 부동산과 주식을 현금화했다는 정황 증거가 있다”며 “형제를 고발할 때도 검찰에 해당 내용을 알렸다. 검찰도 재산 은닉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안다. 미흡했다. 수사당시 제1금융권 계좌만 압수수색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희진이 제2·3금융권의 계좌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 재산을 빼돌린 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희진은 머리가 비상한 사기꾼이다. 차명으로 비상장 주식을 사거나 무기명 채권을 산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2·3금융권 계좌에 대해 조사를 하고, 돈의 흐름에 따라가다 보면 종착지가 나올 것이다. 그것이 이희진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다"고 했다.

실제 이희진은 구속된 뒤에도 돈을 물쓰듯 쓴 것으로 알려진다.

1심에서는 법무법인 K를  선임했고, 현재 2심에서는 법무법인 B를 선임했다. K와 B는 국내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형 법무법인이다.  기본 선임료만 수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성공보수까지 더하면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전 대표 사건을 보면 로펌이 아닌 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용만으로 수십억원이 오간 것이 이희진의 변호사 수임료를 추정하는 근거이다.

이희진은 재산이 추징보존으로 가압류되자 법원에 61억원을 공탁하고 가압류를 풀기위해 노력한다. 이희진의 동생인 이희문이 이사로 있는 ‘미래투자파트너스’가 가압류 집행을 취소해달라며 61억4400여만원을 서울남부지법에 입금한다. 미래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5월 29일 회사 명의로 61억원을 공탁한다. 법원은 6월 5일  가압류를 푸는 ‘말소촉탁서’를 내줬다. 압류되어 실제 10억여원에 불과한 이희진의 재산을 되찾기 위해 미래투자파트너스는 61억원을 낸 것이다.

박 대표는 "미래파트너스가 이희진 재산을 되찾는데 공탁금을 낸 것은, 이 회사의 실질적 사주가 이희진이라는 사실을 추정케 한다. 만약 이 회사가 이희진 회사가 아니고 회사 돈을 타인 재산을 찾는데 사용됐다면 회사의 대표는 배임 및 횡령이다"면서 "검찰은 미래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해 이희진과 관련된 회사들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희진씨 측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61억여원을 공탁한 입금증(상)과 이에 따라 가압류 집행을 취소해 달라는 이씨측의 신청서 사본(하).
이희진씨 측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61억여원을 공탁한 입금증(상)과 이에 따라 가압류 집행을 취소해 달라는 이씨측의 신청서 사본(하).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희진 피해자들은 눈물로 밤을 지세우고 있다. 평생 아끼며 모른 돈을 이희진의 사기 유혹에 홀라당 날렸다. 자녀의 결혼식을 앞둔 주부에서부터 병원비를 걱정하는 60대 남성까지 이희진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피해자들을 더욱 울리는 것은 한국 법이다. 전관들로 구성된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 법의 윤리를 무시한 채 범죄자의 편에서 억울한 사람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희진은 이들 변호사들에게 수억 원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 이희진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대구지검 지검장을 지낸 ‘특수통’ 오광수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 송창진 변호사 등 4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인들의 철통방어에 오히려 검사들이 뒤로 밀리는 형국이었다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1심에서 이씨 변호를 맡은 것은 대형로펌 ‘법무법인 K’였다. 담당 변호사는 총 10명에 달한다. 변호인단에 속한 유재만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 1·2과장을 거친 대표적인 특별수사통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지영철 변호사와 대전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손병준 변호사, 서울고법·중앙지법 판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이주헌 변호사 등 ‘전관’ 위주로 꾸려졌다.

2심에서는 또 다른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B’를 선임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을 지낸 유승정 변호사가 변호를 맡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경우, 수임료가 수억 원대로 치솟는다”고 지적한다.

주식방송 등을 통해 이씨에게 속은 피해자만 3000명에 달할 것으로 피해자모임 측은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모임 박 대표는 “장외주식 매매를 중개하면서 숨긴 주식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가 재산을 빼돌렸다는 정황 증거는 또 있다. 이 씨는 체포 직전 “지금 가진 돈이 얼마 없으니 먼저 합의를 본 사람만 돈을 받아갈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1심에서 나온 벌금 200억 원을 내지 못하면 3년간 노역으로 환형(換刑)한다. 일당 1800만 원꼴이 된다. 또다른 ‘황제노역’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추징금 130억원의 경우 출소 후 이씨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올 경우 동원할 수단이 없다.

이러한 범죄를 제대로 처단하기 위해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2013년 위헌논란으로 좌절된 소위 ‘김우중법’을 손봐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법원은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이 중 0.5%인 887억원만을 납부했을 뿐이다. 그러나 김 회장 가족은 경기도 포천과 베트남에 수백억원대 골프장 등 상당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법’은 이러한 차명 재산을 추징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의된 것으로, 몰수·추징을 면하기 위해 다른사람 명의로 은닉된 재산도 추징 집행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추징금 미납자의 가족 등 제3자 재산이 범인의 은닉재산으로 확인되면 이를 범인 명의로 돌려놓는 '사해행위(빚이나 세금 등을 물지 않으려고 제3자 명의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 취소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강제로 몰수·추징할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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