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법인 자금 200억원 유용해 개인 별장 지어... 업무상 횡령 혐의”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개인 별장을 건축하면서 회삿돈 2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 최근 각종 민사 소송에 연루돼 재판을 치루고 있는 담 회장은 이번엔 수사를 받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7일 “담철곤 회장이 10일 오전 10시 업무상 횡령 혐의로 본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경기도 양평 일대에 연면적 890㎡ 규모의 개인 별장을 지으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법인자금 200억 원을 쓴 혐의다.
담 회장은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남편이다.
담 회장이 횡령 혐의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로 인해 재벌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담 회장은 각종 송사에도 휘말렸다. 2016년 7월 최측근이자 ‘금고지기’였던 조경민 오리온 전 사장이 “약정금 200억 원을 달라”며 소송을 걸었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 부부가 A사 신사업을 발굴하면 회사 주가 상승분 10%를 지급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서울북부지법 민사11부(최남식 부장판사)는“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증여이므로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을 상대로 약정금 40억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 이 부회장이 미술품 판매업체 갤러리 서미로부터 그림, 가구 등을 사들일 때 대금을 자신이 대납했고 반환 약속을 받았다며 지난해 12월 소송을 냈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제21부(재판장 이재석 부장판사)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6년 8월에는 담 회장과 30년 간 같이 근무하던 심용섭 전 스포츠토토 온라인 사장이 담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며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어 11월에는 ‘동양그룹 부도사태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이 동양그룹 은닉재산 횡령 등을 이유로 담 회장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해가 바뀌어 2017년에는 KBS를 상대로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의 ‘재벌과 비자금’ 2부작 중 담 회장과 관련된 ‘임원들은 왜 회장님을 고발했나’에 대해서였다.
이와 관련해 오리온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