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호캉스’ 성공 속 저조한 실적에 ‘무리수’뒀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레스케이프(L'Escape) 호텔이 구설수에 올랐다. 최고급 호텔을 표방하면서 자위기구를 객실에 서비스용품으로 비치했기 때문.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의 성인용품 전문업체 ‘텐가코리아’는 지난 7월 말부터 레스케이프 호텔에 자위기구를 공급중이다. 객실마다 남성용과 여성용 제품이 각각 한 개씩 비치됐다.  ‘러브 키트’라는 이름의 박스 형태로, 남성용은 텐가의 에그시리즈, 여성용은 이로하 시리즈다.

자위기구가 이른바 고급 숙박시설에 들어간 건 극히 드문 경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유럽 등 해외에는 자위기구가 비치돼 있는 호텔 등이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낮은 객실점유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호텔업계는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숙박 예약 서비스인 야놀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호텔 예약 매출액이 전년 대비 3.14배 증가했다.

하지만 레스케이프 호텔의 성수기 객실점유율은 30%대로 알려졌다. 호텔업계에서는 “성수기 때 객실점유율이 30%라는 것은 평일에는 10% 미만이라는 의미”라며 “더군다나 막 문을 연 호텔이 이 정도면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레스케이프와 거의 같은 시기에 문을 연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개장 이후 평일엔 70%선, 주말에는 사실상 만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번째 독자 브랜드로 지난 7월 신세계 백화점 본점 인근에 문을 열었다.

호텔 업계는 레스케이프의 실패 원인을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보고 있다. 우선 객실 단가가 너무 높다는 점이 지적 받고 있다. 가장 작은 ‘미니 객실’의 하루 숙박료가 36만 8천원에 달한다. 주 객실인 ‘아뜰리에 룸’은 48만원이다. 레스케이프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입지와 규모의 불리함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높은 단가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레스케이프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자, 최근 신세계조선호텔은 웨스틴조선호텔 출신의 경영인을 레스케이프 부지배인으로 발령냈다. 레스케이프 관계자는 “식음료 객장은 거의 만석일 정도로 잘 되고 있다”며, “이들을 객실로 끌어들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 또한 “객실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제대로 된 브랜드 가치를 찾아 나가는 게 우선이다. 현재 객실 점유율도 점점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레스케이프 호텔을 운영하는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부띠크 호텔의 차별화된 경험을 주기 위한 것으로 (자위기구는) 다양한 상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판매중단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부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레스케이프 호텔 객실에 비치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용 자위기구 이로하 플러스.(사진=텐가 코리아 제공)
레스케이프 호텔 객실에 비치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용 자위기구 이로하 플러스.(사진=텐가 코리아 제공)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