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휘게(hygge) 라이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멋내기

몸에 날씬하게 딱 달라붙는 ‘슬림핏(slim fit)’ 바지가 한동안 유행했다. 유행에 둔감한 중년 남자들까지 입고 다니게 만들었다. 어느새 통이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팬츠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폭 넓은 바지를 멋지게 입으려면 기장을 신경 써서 맞춰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슬림핏 바지보다 살짝 길게 입는다. 폭 좁은 바지를 보통 복사뼈 언저리까지 입는다면, 넓은 바지는 밑단이 구두에 닿아 주름이 살짝 잡히도록 입으면 보기 좋다.

바지는 엉덩이에 걸쳐 입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맞추어서 입어야 실루엣이 돋보인다. 특히 베스트와 같이 입을 경우 베스트와 바지사이로 벨트나 셔츠가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바지의 라인은 엉덩이에서 발목까지, 넉넉한 어깨, 여유 있는 허리, 기장은 약간 긴 듯하게 입어야한다.

폭 넓은 바지를 입은 모델들.(사진=Muski Magazine)
폭 넓은 바지를 입은 모델들.(사진=Muski Magazine)

대세로 자리잡은 아메리칸 스타일
아메리칸 스타일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고 정장의 전통적인 형식을 잘 지키는 디자인이 선보인다.

예를 들면 지난해 슈트 재킷의 단추는 다시 클래식하게 투버튼이 주류를 이룬다. 각지고 좁았던 어깨가 다시 넓어졌다. 바지도 편안해진다. 허리에는 한개 내지 두개의 턱을 잡아 여유가 생겼다. 또 아래로 갈수록 좁아졌던 바지통이 다시 넓어져 히프에서 발목까지 직선으로 떨어지거나 점점 넓어진다.

캐쥬얼 슈트에는 허리에 벨트를 매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고무줄 허리처럼 밴드로 처리한 팬츠, 끈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트링 팬츠가 유행할 전망이다.

몇 년 전 유행했던 겹쳐 입기, 레이어드룩 트렌드도 다시 떠오른다. 셔츠 위에 반팔 스웨터 입기, 비치는 소재의 스웨터 안에 진한 색상의 조끼 입기 등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스타일이 많이 선보일 것이다.

겹쳐 입기와 레이어드룩 트렌드.(사진=Muski Magazine)
겹쳐 입기와 레이어드룩 트렌드.(사진=Muski Magazine)

체크문양도 어느 때보다 많이 선보일 전망이다. 클래식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좋은 체크셔츠를 입을 때는 넥타이와의 조화에 신경 써야 한다. 근무복이라면 어두운 색상의 체크셔츠위에 단순한 넥타이를 매치하는 것이 포인트. 주말에 즐길 수 있는 캐주얼웨어는 작업복(work wear) 스타일이 많을 것이라 말한다.

소방관이 입는 옷처럼 아래위가 붙는 커버롤(coveralls), 자동차 정비사 같은 데님으로 만들어진 멜빵바지(overralls) 등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히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데님은 기본적인 청바지에서 벗어나 각종 워싱 가공기법을 통해 은은한 색상부터 터프한 느낌까지 다양한 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데님으로 정장 슈트를 만들 정도로 이 소재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또 여러 개의 주머니와 지퍼로 실용성을 강조한 캐주얼 팬츠도 주목할 만하다

일상의 여유와 행복, ‘휘게(hygge) 라이프’
이러한 유행의 이유로 패션보다 더 큰 범주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휘게(hygge) 라이프’가 주목받으면서 남성복에서도 여유로운 느낌의 바지가 인기를 끈 요인으로 보고 있다. 휘게는 일상의 여유와 행복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편안함과 안락함을 중시하는 북유럽 특유의 문화 코드로 주목받고 있다.

보통 남자들이 슈트나 재킷에 입는 바지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주름 바지’가 대표적이다. 바지 앞쪽에 1~2개의 주름을 넣어 공간을 둔 바지로, 실루엣과 다리 움직임이 그만큼 여유롭다. 날씬한 바지가 유행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남성복 전문 편집매장 등을 중심으로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옷 잘 입는 남자로 꼽히길 원한다면 이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멋내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추럴 감각’이 남성복 트렌트를 지배할 것이기 때문.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이 올해의 남성복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고 편안해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옷으로 표현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스포츠 레저문화가 일상화된 것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백화점 등 의류매장에 가면 여성의 비즈니스 웨어가 딱딱한 정장에서 벗어나 상당히 다양해진 것처럼 남성복도 슈트 일변도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인다. 이것은 재킷대신 점퍼를 입어도 실례가 안 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패션업계에서는 올가을에 1960∼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복고와 영국 귀족풍의 클래식한 스타일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남성복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밋밋함을 보완할 수 있도록 화려한 넥타이와 스카프, 포켓스퀘어 등 액세서리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남성복 시장의 성패는 경제성(economy)과 편안함(easy care)이 좌우할 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션디자이너 제니 안은 구찌오구찌와 에스페리언쟈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하고 현재 폴란티노와 라프시몬스의 수석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패션디자이너 제니 안은 구찌오구찌와 에스페리언쟈 수석디자이너를 역임하고 현재 폴란티노와 라프시몬스의 수석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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