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회장 재임시 두산인프라코어 납품업체 ‘갑질’에 신입사원 희망퇴직까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갑질’로 검찰에 고발된 두산 회장을 지낸 박 회장이 규제 철폐를 촉구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

3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번주 국회를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상임위원장단 등과 간담회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박 회장은 20대 후반기 국회 개원에 맞춰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하면서 최근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규제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에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및 검찰에 법인과 임직원을 고발하면서 박 회장의 규제개혁 법안 요구의 순수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회사 임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말 에어콤프레셔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가격 18%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2016년 2~3월 기술자료를 추가로 요구한 뒤 2016년~2017년 5차례에 걸쳐 새로운 공급처 후보업체에 기술자료를 전달해 부품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후 두산은 새 납품업체로부터 단가를 최대 10% 낮춰 에어콤프레셔를 납품받기 시작했고, 2017년 8월부터는 이노코퍼레이션과의 거래를 완전히 끊었다.

납품 가격 후려치기, 기술 탈취, 거래 단절 보복 등 ‘갑질 3종 세트’가 모두 동원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도 납품업체를 철저하게 죽이는 이런 ‘갑질’ 사례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갑질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회사 실적 악화를 이유로 신입사원에 대해서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두산인프라코어의 대내외적인 갑질이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을 지낸 2012년 3월부터 2016년 3월 사이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최근 입버릇처럼 강조한 “공정거래·상생은 기업의 시대적 과제”라는 약속이 한낱‘ 허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박 회장이 민간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를 공명정대하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두산인프라코어의 ‘갑질’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반응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납품업체의 단가를 후려치는 일은 거의 상습적이지만 기술을 빼돌린 후 나중에는 거래를 끊으면서고 보복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해당 납품업체의 ‘밥줄’을 끊는 비정함을 보였다.

이번 사태를 두고 박 회장의 ‘두 얼굴’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는 상생을 외치지만 오너가의 일원으로 그룹계열사의 심한 ‘갑질’을 묵인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올해초 신년인사회에서 “공정하게 게임의 룰을 지키는 일, 성장의 과실을 협력사나 지역사회와 나누는 일, 기업 문화를 선진화하는 일, 또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일, 모두가 기업들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연 박 회장이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